기사입력시간 25.08.08 14:16최종 업데이트 25.08.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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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하던 사직 전공의 복귀 소식에 개원가 초비상…"의사 채용 시장 역대 최대"

요양병원·응급실·동네의원 모두 인력 공백에 몸살…'근로기준법 미이행 관행 뿌리 뽑혀야' 목소리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사직 전공의 복귀 소식에 개원가가 초비상에 걸렸다. 

조만간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일반의 신분으로 봉직하던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개원가 의료기관들의 단기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 보건복지부, 수련병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전공의 복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11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을 받는다. 

복귀 준비가 급물살을 타면서, 그동안 개원가에서 봉직의로 일하던 사직 전공의들도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메디게이트뉴스에 "하반기 레지던트 모집에 신청하기 위해 최근 다니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변에도 복귀를 위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의사 채용 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의사커뮤니티  메디게이트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의사 채용 공고 수는 8월 7일 기준 5100여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공의 복귀 이후 병·의원 중심 의사 인력 공백이 본격화되면서 채용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공고 간 경쟁 심화되면서 급여를 상향하는 조정 공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7월 기준, 신규 개원 공고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의사 채용 공고 사이트를 살펴보면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로 의사 인력을 추가 채용 중인 의료기관이 상당히 많다. 


일선 의료 현장의 혼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의정갈등 사태로 사직한 전공의 8791명 중 61.4%인 5399명은 일선 병·의원에 재취업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복귀를 위해 비슷한 시기에 사직하면서 인력 공급은 그대로 인데 반해 대체 인력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며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개원가 원장은 "최근 개원가는 봉직의, 당직의 채용 전쟁 중이다. 필요로 하는 인원이 짧은 시간 내에 많아 지다 보니 공고를 내도 실제 채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은 당직를 도맡고 있던 사직 전공의 다수가 한 번에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급하게 당직의를 구하고 있지만 쉽게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응급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방에 위치한 병원 응급실은 전문의와 함께 근무하던 사직 전공의가 사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당장 대체 인력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역 응급실의 경우 사실상 전공의들이 많은 부분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인력이 한 번에 빠지게 되면 아마 취약지를 포함한 지방 응급의료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중 얼마나 복귀하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당분간 응급실에서 큰 혼란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사직 전공의가 대부분 그만 뒀지만 채용은 당장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존 병원 과장, 원장들이 1.5배 이상 일하고 당직을 서고 있다는 회원들의 민원이 더러 있다"며 "그러나 당장은 공고를 내도 채용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봉직의 대표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박지용 조직강화이사는 "수련병원에서 사직 후 개원가에 취직한 사직 전공의 다수가 복귀하면서 병의원에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낮은 급여로 다수의 사직 전공의들을 채용한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의 인력 규모에 맞춰 병원 규모를 키워놓은 상황이라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사태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동안 비일비재했던 부당한 봉직의 채용 사례를 근절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박지용 이사는 "로컬 의원에 의사 인력 공급이 급증하면서 기존 봉직의들이 대거 해고된 사례도 있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대거 발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채용난이 심각하지만 이런 사례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그동안 싸게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많이 풀리다 보니 연봉 다운계약, 부당한 해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기본적인 것들조차 지키지 않은 사례들이 발생했다"며 "전공의 복귀를 계기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너무 낮아졌던 봉직의 급여를 비롯해 비상식적인 근로기준법 미이행 관행 등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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