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13 05:30최종 업데이트 18.10.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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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 환자 신뢰 회복과 의료분쟁 해결에서 '팽팽'

이재명 지사, 경기도립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 확대냐 폐기냐

환자단체 "불신 조장한 의사사회 탓" 이동욱 회장 "개인정보 유출과 의사 인권 침해"

사진: 소셜방송 Live 경기가 실시간 방송한 '경기도립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 운영 토론회'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경기도립의료원 수술실 CCTV 운영에 대한 찬반 토론이 경기도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도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CCTV 시범 운영이 환자의 의료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의료분쟁에서도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사회는 CCTV 설치가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만들고 의사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환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경기도는 이달 초부터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CCTV 촬영을 시범 운영을 시작해 시범 기간 중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을 대상으로 전면 확대하는 정책을 결정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12일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오후 12시 40분부터 2시간에 걸쳐 수술실 CCTV 설치·운영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은 수술실 CCTV 촬영 시범 운영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방안, 의사 등의 진료권 침해 방지 방안 등을 주제로 한 찬반 토론 방식으로 SNS 등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신희원 소비자 모임 경기지회장 등을 포함해 총 11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애초 불참 의사를 통보했던 입장을 바꿔 토론회에 참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토론회 참석이 불가하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경기도의사회의 토론회 참석은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지사로서 도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의료원에서 환자가 요구하는 경우 촬영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라고 밝히며 "부당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CCTV 설치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신뢰 회복? 아니면 불신 초래?

수술실 CCTV가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일부에 불과한 법범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모든 사회 예방 정책은 소수의 나쁜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다"는 점을 강조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시범 운영하게 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CCTV 도입에 이르기 까지 사태의 책임이 의료계에 있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 CCTV 도입은 전부터 거론된 이야기로 무자격자 대리수술 문제에 이르면서까지 나온 하나의 대안"이라며 "CCTV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환자다. 환자가 인권 또는 사생활 침해에도 불구하고 CCTV 촬영에 동의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희원 소비자모임 경기지회장 또한 "연간 전체 수술 200만 건 중 문제가 되는 수술은 극소수지만 우리 생명은 하나다. 수술 한 번만 잘못돼도 우리는 죽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선진국 어디에도 감시를 위해 수술실에 CCTV 설치하는 곳은 없다"며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의사 10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설문조사에서 수술실 근무 의사 451명 중 78%는 반대, 22%는 찬성을 택했다. 반대 이유는 '의료진의 근무를 감시하는 부당 노동행위'가 제일 컸고, '환자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다음을 이었다. 

이 회장은 "CCTV 설치가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깨트릴 수 있다"라며 "의사를 믿지 못해 CCTV 촬영하겠다는 환자를 의사 또한 믿고 수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이 지사에게 "경기도립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 의사가 CCTV 촬영에 동의할 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가"라고 반문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인사상 불이익 없는 상태에서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실 CCTV 촬영 요구를 받았을 때 자유의지로 선택이 가능한가' 묻는 질문에, 수술실 근무 의사 451명 중 66.7%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이유로는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과 '괜히 다투기 싫어서'라는 답변이 각각 44.4%와 47.5%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그래도 의사 전부가 반대하지는 않았다. 안성병원은 수술 의사가 전부 동의했다"라며 CCTV 설치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측면에는 공감했다. 

안 대표는 "현재 대리수술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한계를 넘었다. 의사사회의 자율 징계로는국민적 신뢰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CCTV 도입 문제는 다수의 명의가 아니라 대리 수술 등 극소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라고 짚었다. 안 대표는 "설치되는 CCTV는 감시카메라가 아니가 수술실에 누가 들어와서 뭘 하는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의사나 환자의 인권 침해는 피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의사도 사람이고 노동자다. 가사도우미 고용한 집주인이 CCTV로 가사도우미 감시하는 것이 부당한 노동환경 감시인 것처럼 의사에게 수술실 또한 노동환경이다. 국민들도 자기가 일하는 환경을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CCTV를 설치하면 의사는 소신 진료를 주저할 것이고 외과 기피 풍토는 심화될 것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가 의료분쟁 해결에 도움될까

경기도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는 CCTV가 그동안 의료분쟁에 불리했던 환자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 

안기종 대표는 "의료사고 백이면 백 환자가 패한다. 공익제보자가 될 수 있는 관계자들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이 부검결과를 바꾼 사례가 있다. 국립과학수사 연구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CCTV가 있기 때문이었다"며 "수술실 CCTV가 의료분쟁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의료분쟁의 명백한 증거이고 수술실의 높은 안전 기준 지키는지 여부 감시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부의장은 "의료분쟁은 CCTV 녹화 영상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인과관계 등 과정에서 따져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술실 안전 기준은 다른 여느 국가들에 비해 높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는 위험부담이 큰 외과계 기피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 기피현상은 의사 개인에게 의료배상 책임 지우는 데서 비롯됐다"며 "의사 개인에게 쏠리는 과도한 부담이 외과계 의사 배출을 줄이고 이는 결국 환자의 손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신희원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보면 CCTV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때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 의료사고는 모든 입증을 환자가 해야했다. 내가 수술받았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확인하고자는 마음 자연스러운 것이다. 물론 환자 사망한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의료분쟁 증거자료 CCTV로 환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수술 중 환자는 무의식 상태로 아무것도 모른다. 환자가 원한다면 최소한 CCTV 촬영해야한다는 것이 도지사로서 입장"이라며 "의사들도 필요에 의해 CCTV 촬영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은 "분쟁 소지 되는 부분까지 CCTV로 다 찍을 수도 없다. 그리고 이 지사가 발언한 의료인들의 CCTV 촬영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환자가 허락하지 않는 CCTV는 의료인이라고 마음대로 촬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리수술 문제, CCTV 설치가 유일한 대안 아냐

환자단체와 경기도의사회 모두 수술실 CCTV 설치가 대리 수술 등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다른 대안으로 환자단체는 처벌 강화와 동시에 내부고발자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기도의사회 또한 엄격한 처벌만으로도 충분히 무자격자 대리 수술을 막을 수 있다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CCTV 논의만 나온 것은 아쉽다. 대리수술을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늘리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한 번 잘못하면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트아웃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라며 "대안으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처벌 완화와 직장에서 잘릴 경우 경제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리수술 문제는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처벌이 두려우면 어떤 의사가 그런 짓을 하겠나. 그런데 수술실 CCTV 설치가 마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일이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재명 지사는 "도립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목적은 의사를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안성병원 수술실 CCTV를 가동했을 때 지적재산침해나 인권 침해 막기 위해 CCTV의 각도를 조정하라 지시했다"라며 "의사의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비해 이익이 없다면 CCTV 설치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도지사 입장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수술실 출입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찍고 한 달 내에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 보여주고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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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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