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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의협, "제2 윤한덕·전공의 사망 막아야…왜곡된 의료시스템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 촉구"

    필수의료 수가 가산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보건의료인 법정 근로시간 준수 규정 마련해야

    기사입력시간 19.02.11 16:17 | 최종 업데이트 19.02.11 16:2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1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낼 수 있으며, 제2, 제3의 윤한덕과 길병원 소아과 전공의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병의협은 정부가 근본적인 의료제도 개혁 정책을 시작하도록 모든 가용한 방법을 동원해 압박할 것이며, 전 의료계 및 국민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정부는 왜곡된 의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만이 환자와 의료인들의 희생을 막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설날 연휴에 잇따라 전해진 동료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대한민국의 의사와 의료인들은 각자가 처해 있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떠나간 이들에 대한 애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길병원의 소아과 전공의는 모두 일을 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사로서 한창 활발하게 일할 나이의 두 명의 의사가 격무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이 일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이 나라의 의료체계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과 이대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왜곡된 의료시스템에 의해서 안타깝게 희생된 두 동료 의사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 다시는 이런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 영역은 충분한 지원과 비용 지불이 선행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야간이나 주말에 대형병원 응급실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응급 의료체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대형병원과 상당수의 종합병원 이상의 응급실에는 넘쳐나는 환자들로 인해서 의료진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윤한덕 센터장이 일하던 국립중앙의료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서 응급실은 포화상태이지만 정작 응급의료를 전담하는 의료 인력과 시설 및 장비와 같은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환자도 많고 업무량도 많지만 정작 병원 경영진은 응급 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왜냐하면 일반 외래진료와 입원 등을 통한 수술 및 시술 치료에 비해 응급 의료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영역은 그간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겨우 버텨왔으나, 연이은 의료진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이대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러한 실정에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문케어와 같은 근시안적 포퓰리즘 정책, 떔질식 처방만 반복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응급의료, 필수의료체제는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결국 전체적인 저수가 상황에서 응급의료 관련 수가는 들이는 노력과 위험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더 낮게 책정돼 있고 이러한 문제 때문 병원에서 응급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열악한 응급의료 인력과 인프라의 문제는 의료인들로 하여금 응급의료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고, 인력들의 지원 기피는 응급의료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해온 관행처럼 관련 수가만 약간씩 올린다고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료 전반에 퍼져있는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응급 및 필수의료 관련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 수가 개선과는 별개로 응급 및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응급의료전달체계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현재의 응급실 과밀 현상은 피할 수 없다.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 환자들이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것도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 인력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료회송 등을 통해서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응급의료 인프라의 부족과 응급의료전달체계의 미확립 등으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한 상태이다. 결국 응급실 과밀 현상을 해결하려면 수가 인상이나 지원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전달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중증 환자 발생 빈도 및 병원별 중환자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각 병원의 응급센터나 응급실별로 치료 가능한 중증 환자수를 배정하여 이송하고, 지역 내에 절대적인 중증 환자 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서 여러 의료기관에서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환자들을 봐야 하는 3차 의료기관에서는 법적인 문제없이 비응급 및 비중증 환자를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 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이러한 방법 등을 통해서 한정된 몇 군데가 아니라 중소병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응급 환자와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야 지금의 응급실 과밀현상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는 300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에 대한 기능전환 정책을 통해서 중소병원의 병상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런 정책 방향이라면 현재의 응급실 과밀과 중증 환자 대형병원 편중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전공의를 포함하여 모든 의사와 보건의료인들도 법정 근로시간을 반드시 지키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 상한을 주 52시간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보건의료업종은 예외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일반 근로자들의 권익은 향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적어도 보건의료 근로자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업무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보건의료 종사자들 중에서도 의사는 가장 근로 시간이 과중하지만, 소명의식만으로 버텨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들려온 두 동료의사의 비보는 이제 의사도 더 이상 소명의식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의사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일반적인 근로자에게 과로에 해당하는 업무 시간이 의사에게만 적용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병의협은 "최근 일어난 길병원 소아과 전공의 사망 사건은 이러한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동안 병원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해온 전공의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서 소위 ‘전공의특별법’이 만들어져서 시행되었지만, 이 법 자체도 일반근로자들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근무시간을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주 80시간과 연속근무 36시간 이상 금지 규정은 오히려 주 80시간과 연속근무 36시간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려 병원들이 이를 강제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길병원 소아과 전공의는 35시간 연속 근무 중에 사망했는데, 병원에서는 불법이 아니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어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공의를 포함한 보건의료직종에 대한 근로시간 규정을 다른 일반 근로자들과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병원들이 제대로 지키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과중한 업무를 강제할 수 있도록 악용되는 전공의특별법은 폐기하고, 전공의도 한명의 근로자로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의사와 보건의료인들의 희생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더욱 부실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무차별적인 급여 확대와 공공의료 확대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한 의료 정상화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의료계 단체나 각계각층에서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인 저수가와 관치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재원 마련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국민 부담의 증가를 내세우고 악의적인 여론전을 통해서 이러한 주장의 정당성을 퇴색시키고 무시해왔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그러면서도 정작 정부는 문케어로 이름 붙여진 무차별적인 급여 확대 정책과 공공의료 확대 정책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서 국민의 혈세와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려고 하고 있다. 문케어와 공공의료 확대 정책이 왜 실효성이 없고, 낭비일 뿐인가 하는 것은 많은 의료계 단체들에서 지적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개혁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당장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만 쏟아내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료를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현재 낭비되는 재원만으로도 이러한 개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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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솔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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