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20 10:50최종 업데이트 18.12.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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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만관제, 원격진료와 주치의제로 변질 우려…시범사업 백지화해야"

"의협 관련자 사퇴하고 대회원 사과하라…극렬히 반대했던 최대집 회장, 신뢰 지켜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는 원격진료와 주치의제로 변질될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를 백지화해야 한다. 관련자 사퇴 및 대회원 사과 등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10일 500억~800억원의 예산에 이르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하 만관제 시범사업)의 내용을 발표했다. 

병의협은 “이번 시범사업은 원격진료 시행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케어 코디네이터의 역할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의 소지가 있다. 만성질환관리 시스템이 지금대로 고착화되면 시스템 적응을 마친 기존 의료기관들은 점점 더 유리해진다. 반면 신규 개원의들의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만관제 시범사업은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일차의료를 붕괴시키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현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병원 의사들의 생존권에도 심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병의협은 “만관제는 미국과 일본 등의 나라에서 시행되는 시스템들을 짜깁기한 수준밖에 안 된다. 기본적인 사업 구성과 사업 목표를 포함해서 철저히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최근 지적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본 정책 시행의 명분만 만들어주는는 것이다”고 했다.

병의협은 “시범사업 참여가 당장의 개원의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책이 몰고 올 역효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의사 회원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범사업 자체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원격 처방이나 원격 자문으로 확대, 일차의료 붕괴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비대면 모니터링이 포함됐다. 

병의협은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상담이 정당한 의료행위로 인정받으면 원격 처방이나 원격 자문을 통한 간접적 의료행위까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지금까지 유지된 대면진료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결국 원격 모니터링 기계 오류로 인한 문제나 환자들이 의료 기관 방문을 점점 꺼리고 원격 상담에만 의존하게 된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외국의 원격진료는 의료접근성이 매우 나쁘고 한 의사나 의료기관이 커버해야 할 지역 범위가 매우 넓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이 때 의사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원격진료 활성화로 확장되면 바로 옆에 의료기관을 놔두고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받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는 심각한 의료 왜곡 현상으로 이어지고, 일차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케어코디네이터,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과 의료비 절감 

병의협은 만관제 시범사업의 핵심인 케어 코디네이터의 활성화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소지가 있고, 정부의 의료비 절감의 목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케어 코디네이터는 신규 환자의 경우 문진, 신체검사, 생활 습관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환자는 가정 혈압과 혈당의 기록이나 약물 복용 순응도를 확인한다. 케어플랜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케어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보면 실제로 지금도 이뤄지는 방문간호 서비스의 영역에서 의사의 역할이 일부 포함했다”라며 “케어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방문 간호서비스보다 확장시키면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가 케어 코디네이터를 만든 이유는 의사의 역할 일부를 맡길 생각을 했다는 데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의료인 면허체계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방문할 횟수를 케어 코디네이터를 통해 줄여줄 수 있다. 전체 의료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말이 된다.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이런 시스템이 고착화되면 일차의료 이용 자체가 줄어들고, 일차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개원 진입장벽과 주치의제 변질 우려 

또한 병의협은 만관제는 기존의 개원의들에게는 유리한 반면 신규 개원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기존 의료기관에서 변경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환자도 새로 생긴 의료기관 보다는 기존에 그 지역에서 알려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도 신규 개원의 장벽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차의료 활성화의 문제는 단순히 환자 혜택이나 의료기관 인센티브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의료기관 환자 이용률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다. 

만관제의 시행은 만성질환자의 의료기관 등록을 유도하는 것이며 이는 주치의제 시행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병의협은 “주치의제는 신규 개원을 어렵게 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득보다는 실이 많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지불제도 개편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의 희망을 꺾는 행위다. 이는 앞으로 의료계 내부적으로 세대 간 또는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만관제 시범사업 전면 백지화해야 

병의협은 “만관제 시행을 누구보다 반대했던 사람이 최대집 회장이었다. 현재 의협 집행부 상당수가 이전부터 만관제를 반대한 사람들이었다”라며 “예전에는 극렬히 반대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입장을 바꿔 찬성하면 어느 회원이 의협 집행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병의협은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막을 유일한 후보라고 해서 회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빨리 문재인 케어를 정착시키는데 공헌하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모든 협상에 임하면서도 회원들에게는 아무도 믿지 않을 파업 투쟁을 말하고 있다. 이런 황당한 의협 집행부를 견제할 세력조차 없는 지금의 의료계 현실은 민초 의사들에게 무한한 무력감과 패배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가 자신들의 판단 착오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범사업 참여를 백지화해야 한다”라며 “의협의 책임자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의협은 대회원 사과문을 발표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더 이상 의협 집행부의 잘못된 결정에 반박도 하지 않는 거수기 노릇만 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회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는 대표자로 거듭나 줄 것”을 촉구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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