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0.27 14:34최종 업데이트 21.10.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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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주의와 환자 참여: ​환자를 위해 고민하고 지원하는 의학부의 의미와 가치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모든 산업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 만족을 넘어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순간마다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병원도 ‘환자 중심 병원’을 표방하며 환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신체적 및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전문의약품을 개발∙판매하는 제약회사의 직접적인 고객은 의사지만 최종 고객은 환자이므로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제약회사의 미션이다. 이에 환자 중심주의에 따라 환자의 참여가 제약회사에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환자들은 본인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갖고 있고, 다양한 치료 옵션에 대해 알기 원하며, 치료 결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참고문헌 1)

환자 중심주의(Patient Centricity)는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환자를 우선시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환자들을 수동적인 의료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 관련 의사결정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환자 참여(Patient Engagement)는 환자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부터 의약품의 전체 생명주기에 걸쳐 환자를 어떻게 지원하고, 참여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다. 환자 참여를 통해 제약회사는 환자의 니즈와 인사이트를 파악해 전략과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환자는 본인 질병과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칼럼은 다양한 영역에서 환자 참여의 사례와 효과를 설명하고자 한다.

임상 연구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중요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의사들은 임상시험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나 평가할 결과변수에 주목하지만 환자는 임상시험 참여시 일상 생활이나 삶의 질에 미칠 영향을 우선 고려한다. 환자 의견을 임상시험 계획서에 반영하면 환자 등록을 가속화하거나 시험 절차와 복약 순응도를 높여 중도탈락을 줄일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효과는 주로 시험자가 평가하는데, 환자가 개인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보고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통증이나 우울감 같이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을 평가하는 경우 환자 자기 평가결과 (Patient Reported Outcome: PRO)가 중요하다. 증상뿐 아니라 삶의 질, 신체 기능, 건강행태 등의 평가를 위한 다양한 설문지가 개발돼 있어 약물 효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약물의 효과가 비슷한 경우 복용∙주사 편의성이나 부작용 등을 바탕으로 환자가 직접 약물간 선호도를 평가하는 시험(preference study)을 하기도 한다.

시험 참여자는 임상시험에 참여만 할 뿐 결과를 알기 어려웠는데, 유럽의약품청(EMA)은 2022년부터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할 때 일반 언어 요약(Plain Language Summary: PLS)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2) 임상시험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요약해(Clinical Trial PLS) 임상시험의 투명성과 환자의 알 권리를 개선해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 및 대중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의약품 정보 전달

건강관련 정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당 정보를 얻고 읽고 이해하고 사용해야 환자가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 치료 지침을 정확히 따를 수 있다.(3) 이런 능력을 건강정보 이해능력(Health Literacy)이라 한다. 디지털 이해능력이 높아야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듯이, 환자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은 그들이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효과적인 질병관리 및 예후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  

제약회사는 환자들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제약회사가 자사 의약품 관련 정보를 일반 환자에게 광고하는 것은 금지되나(전문의약품 대중광고 금지. 약사법 제68조 제6항) 의약품과 관련된 질병이나 그 질병과 관련된 전반적인 치료∙관리 정보는 전달할 수 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의약품의 최신 허가사항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회사에 직접 연락하는 경우 의학정보팀을 통해 의약품 관련 질문에 답변한다. 의약품에 따라 환자용 사용설명서를 제작하거나 별도 웹사이트를 개설해 해당 질병 및 전반적인 치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의약품 복용∙주사시 기구(device)를 사용해 주의가 필요한 경우 기구 사용 방법을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설명해 환자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콜센터를 운영하거나 교육간호사를 배정하는 등 교육지원 목적의 환자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 순응도나 투약 지속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신 의약학 정보는 논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학술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은 논문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닌 환자나 보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학술 자료를 쉽고 명확하게 작성한 논문을 Publication PLS라 한다. 앞서 언급한 Clinical Trial PLS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제약회사, 의사 및 환자 사이에 투명성과 파트너십을 증진시킬 수 있다. Publication PLS에는 임상시험 참여자나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가 직접 논문 저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의약품 접근성 및 의견 청취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가 적절한 치료 대안이 없는 경우 개발중인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개발중인 신약의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허가전인 신약을 치료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사용). 신약이 허가됐으나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거나 급여가 되더라도 본인 부담률이 높아 신약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제약회사는 재정 지원 목적의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급여 전까지 의약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약값을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가 다른 대체 약물이 없는데 해당 시험약이 시판되지 않았거나 급여전인 경우 해당 시험약을 계속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Post-trial access).

제약회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자의 목소리를 듣기 원한다. 시장조사를 통해 환자들의 인식을 평가하기도 하고, 환우회를 통해 대표적인 의견을 듣기도 한다. 환우회는 암이나 희귀질환 등 질환별로 조직돼 있는데 환자들간 정보 교류를 넘어 의약품 관련 정책개선이나 접근성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환자를 위한 지원이나 앞서 언급한 다양한 환자 참여 활동을 계획할 때 환우회와 협력하면 휠씬 효율적일 수 있다. 일부 회사는 의약품 정책이나 환우회와의 파트너십을 위한 별도 담당자를 배정하기도 한다. 자문위원회 회의(ABM)는 의사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의사와 환자간 인식차가 있거나 환자의 의견을 직접 듣기 원하는 경우 환자 대상 ABM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주치의를 통해 환자를 섭외해야 하며, 회의 도중 자사 제품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중 광고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실 제약회사 직원도 환자의 고통이나 니즈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고,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환자 참여 활동들을 통해 환자를 더 잘 이해하고, 환자와 보건의료 전문가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며, 환자를 위해 고민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일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전반적인 활동들을 아래 표에 요약했다. 의학부가 환자 참여를 위한 많은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감사의 글: 본 칼럼은 배주희 님으로부터 검토와 교정을 받았습니다.  
 
참고문헌 
1. Product Launch: The Patient has spoken. Accenture Life Science. 2018.
2. 임상시험 결과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써라. 청년의사. 2021. 7. 30.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3087 (2021.10.23)
3. Health Literacy. https://en.wikipedia.org/wiki/Health_literacy (2021.10.23)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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