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11 06:03최종 업데이트 26.08.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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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찾아도 평가·개입은 '공백'…"장애 확정 전부터 지원해야"

호주, 진단 아닌 필요 중심 '쓰라이빙 키즈' 추진…복지부·교육부, 조기 연계 필요성 공감

10일 국회에서 열린 '발달장애·발달지연아동 조기개입 국가 지원 강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달 우려 아동을 찾아내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만, 선별 이후 정밀평가와 조기개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발달 우려가 확인된 단계부터 평가를 거쳐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발달장애·발달지연아동 조기개입 국가 지원 강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호주의 조기개입 정책 변화가 소개되고, 국내 발달지연 영유아 지원체계의 한계와 조기개입 국가 지원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장애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 필요성을 중심으로 장애아동 지원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설치 중인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지역 내 서비스 연계와 조정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장애가 확정된 이후뿐 아니라 발달지연이나 장애 가능성이 발견된 단계부터 필요한 지원으로 신속하게 연계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머독아동연구소 프랭크 오버클레이드 수석책임연구원(멜버른왕립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육아정책연구소 강은진 선임연구위원

장애 진단 기다리지 말고 '어떤 지원 필요한지'부터…호주 '쓰라이빙 키즈' 추진

머독아동연구소 프랭크 오버클레이드(Frank Oberklaid) 수석책임연구원(멜버른왕립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영구적이고 중대한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호주 국가장애보험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가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지만, 아동에게 적용되는 과정에서는 진단과 치료 중심으로 흐르는 한계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오버클레이드 연구원은 아동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진단을 필요로 하면서 임상현장에서도 아동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평가하기보다 특정 진단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진료가 왜곡됐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아동의 문제와 필요한 지원을 평가해달라고 의뢰했다면, NDIS 도입 이후에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특정 진단을 확인해달라는 의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NDIS는 성인 장애 모델을 아동에게 옮긴 것"이라며 진단 여부와 아동의 지원 필요성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호주는 새로운 조기지원 모델인 '쓰라이빙 키즈(Thriving Kids)'를 추진하고 있다. '진단' 여부보다 아동과 가족의 '현재 기능'과 '필요한 지원'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오버클레이드 연구원은 "서비스를 받기 위한 진단 요건을 없앴다"며 "'이 아이의 진단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6~12개월 동안 이 아이와 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을 기다렸다가 개입을 시작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생활하고 배우고 노는 곳에서 개입이 이뤄지고, 아이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경도·중등도의 지원이 필요한 아동에게는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대하고 장기간 지원이 필요한 경우 NDIS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원도 정해진 목표에 따라 일정 기간 제공한 뒤 다시 평가해 계획을 조정한다.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가족에게는 키워커(key worker)가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고 이용 과정을 지원한다.

이러한 필요 중심 지원체계를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기발견 이후 끊어진 의료·교육·복지 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육아정책연구소 강은진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 영유아 건강검진과 발달선별검사(K-DST)를 비롯해 조기발견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선별 이후 실제 지원으로 연결되는 과정에는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지원체계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장애등록, 의료적 진단 등을 받아야 관련 서비스에 접근하기 쉽다. 영유아는 발달 특성상 장애 여부를 조기에 확정하기 어렵거나 일시적인 발달지연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진단 이전 단계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강 연구위원은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 대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선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많이 두어왔다"며 "그러다 보면 누가 장애인인가, 누가 특수교육 대상자인가를 가려내는 데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 누가 언제 어떠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관점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초기 발견부터 연계, 발달검사, 조기개입, 이후 평가와 초등학교 전이까지 지원이 끊기지 않는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조기개입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기관으로 연결할 전문가팀을 구성하되, 하나의 기관으로 일률적으로 통합하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개입 이후에는 모니터링과 성과관리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발달장애·발달지연아동 조기개입 국가 지원 강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발달 우려 찾아도 '다음'이 문제…평가·중재 연결체계 갖춰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발달 우려 아동을 찾아내는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검사 이후 정밀평가와 조기개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선별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가 현재 체계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선별된 아동이 늘어날수록 정밀평가와 조기중재의 수용 능력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달 우려를 발견하고도 실제 필요한 도움으로 이어지지 못해 부모의 불안과 사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아동을 선별했는지가 아니라 선별된 아동이 실제 필요한 서비스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재 도달률'을 국가의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진단에만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데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진단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아이들에게 정확한 평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별 다학제 조기발달 평가·지원 거점과 지역 제공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의료적 평가와 추적관찰부터 일상 기반 중재와 가족교육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홍지연 부원장은 영유아 건강검진 이후 결과 안내는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평가와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달평가 결과를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보건소가 발달 정밀검사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정밀검사를 받을 의료기관을 찾고 예약하는 과정은 상당 부분 보호자가 맡고 있다. 평가 이후 재활치료가 가능한 기관에 대한 공식적인 연계도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 부원장은 발달지연이 확정 진단명이 아닌 증상인 만큼 개입에 앞서 의학적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이 늦은 아동은 청각적 원인 등이 있을 수 있고, 운동발달지연 역시 기저질환에 따라 필요한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건강검진 결과 '안내' 체계를 실질적인 '연계·관리' 체계로 확대하고, 보건소가 지역의 발달정밀검사 가능 의료기관과 재활치료 기관 등을 안내·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호자 동의를 전제로 의료기관과 어린이집·유치원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간 연계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복지부 "장애등록 여부 아닌 필요 중심 지원"…교육부 "발달지연 단계부터 신속 연계"

정부 측은 장애가 확정되기 전 단계부터 필요한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에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이고운 과장은 "발달지연에 대한 조기개입의 중요성이나 개념의 명확화, 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등록 여부보다 실제 서비스 필요성을 중심으로 장애아동 지원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발달재활바우처의 경우 장애인이 아닌 발달지연 의심으로 파악되는 아동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54%가 미등록 상태에서 발달재활바우처를 이용하고 있다"며 "장애아동 지원 사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장애등록과 무관하게 실제 필요성을 중심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문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올해 설치 중인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와 지역 단위 협의체를 통해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각 지역마다 지역장애아동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했다"며 "최소한 지역 단위에서 여러 기관들이 소통의 역할을 시작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여러 기관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맡도록 하고, 실제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고 서비스 조정자가 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발달재활서비스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어린이재활의료기관 확충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교육부 역시 장애 여부가 확정되기 전부터 교육적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진창원 과장은 "영유아기는 발달 변화가 빠른 시기인 만큼 장애가 확정된 이후의 지원뿐만 아니라 발달지연이나 장애 가능성이 발견된 단계부터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연계하는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특수교육지원센터,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이 아동과 보호자를 중심으로 지역 단위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교직원이 아동의 발달 특성을 관찰하고 보호자와 소통해 필요한 전문기관과 지원으로 적기에 연결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시도교육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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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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