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10 12:41최종 업데이트 20.02.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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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종코로나 中입국 제한 정책 '만지작'하지만…당분간 기조 유지할 듯

국민 여론은 압도적 제한 요청‧국민청원도 70만…정부 "외교적 마찰 우려에 과잉대응은 독"

사진=중앙사고수습본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페렴)와 관련해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도 늘고 있다.
 
입국 제한을 확대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미국 등 여타 국가에서 강력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과 반대로 한국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모양새다.
 
현재 중국 입국 제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10일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센터’에 따르면 90.7%의 시민들이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여행객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청원도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이라는 제목으로 69만2000여명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한시적이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동참하고 나섰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대한의사협회 등도 중국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확대하고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정부 기조 유지될 듯…“과잉 대응 부작용 이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에서 “국민 보호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입국제한에 따른 효력, 중국과의 관계, 국제사회 동향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WHO 의견을 수렴하면서 파장을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 향후 입국 제한 확대 등을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앞서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다만 중국으로의 교역과 여행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현 조치로도 충분히 중국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입국제한 조치 이후 중국인 입국자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의 후베이성 입국제한 조치가 실행된 5일부터 5일 동안 입국자는 하루 1만 3000명에서 5400명으로 약 60%가 줄어들고 있다. 후베이성에서 발급한 여권을 소지하는 등의 이유로 입국이 차단된 사례는 5일간 499명이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중수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중국인 입국이 급격히 줄고 있다. 입국 금지조치가 없더라도 입국자 축소가 이뤄져 현 상황을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 기조와 결을 같이 하는 견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추가적인 입국 금지 조치가 불필요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대책위원회(대책위)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한 외국인 입국 제한, 중국산 수입식품 배척 등과 같은 해결책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더 크다”며 “후베이성을 제외한 치사율은 0.3%로 매우 낮고 우리나라도 사망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과도한 불안과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을 폐쇄하고 보는 분위기는 당사자들이 방역당국을 피하게 만들어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이와 별개로 중국과의 교류가 많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금지할 경우 향후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 추가 조치는 무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3억7714만 달러로 국가별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5%에 달한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배척하거나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혐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국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당한 외교를 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3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끊임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을 조장하고 확산시키고 있다"며 "감염병 예방대처 능력이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이 실질적 지원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과도한 제한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외교적 문제로 확대되자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겠다는 나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3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어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누띤 찬위라꾼 태국 부총리 겸 공공보건부 장관은 6일 "중국인 입국 금지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신 검진과 의학적 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관광 산업이 국가 주요 사업이다. 태국의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1100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관광객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향후 한중간 외교일정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출입국 관련 가짜 뉴스도 국민적 혼란 부추겨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한 가짜 뉴스도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을 제외한 62개국이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정보가 사실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전 지역에 대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27개국뿐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북한, 대만,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그라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우간다, 쿠웨이트,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호주, 몽골, 싱가포르,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북마리아나제도, 적도기니, 마셜제도, 피지, 몰디브,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축소한 국가가 러시아 등 6개국, 중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한 국가가 북한 등 4개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만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총 4개국이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과도한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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