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9.21 06:29최종 업데이트 16.09.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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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는 의사의 수입이 아니다

진료비가 싸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칼럼] 박경신 원장(서산굿모닝의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40대 후반 아줌마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갑자기 한다는 얘기가 자기 강아지 항생제 주사 좀 놔 달란다.
 
"수의사에게 가야지 의사한테 오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환자가 말하길 "동물병원 갔더니 감기 걸려서 항생제 맞아야 하는데 거긴 5만원이라서 비싸요. 내가 맞는 걸로 해서 놔 달라"고 한다.
 
동물 진료비보다 사람 진료비가 싸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10년 전 밴쿠버에 가족이 기러기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아내가 갑자기 국제전화를 했다. 여행자 보험을 들어 달라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밴쿠버는 맹장 수술비가 1500만원이라고 한다.
 
뉴욕에 기러기 하는 선배에 따르면 맹장 수술비가 3000만원.
 
그런데 외과 개원의에게 물어 보니 한국은 의원에서 100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은 악덕 기업주다. 내 병원 직원들에게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대우를 잘해주고 싶지만 그러면 유지할 수가 없다.
 
아내는 "왜 그렇게 직원들이 자주 그만 두냐? 직원들에게 잘못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와 복지를 해 주면 아무도 그만 두지 않을 것이다.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조금만 힘들면 그만 둔다.
 
한 끼 식대가 건강보험환자 3390원, 의료급여환자 2760원인데 어떻게 이윤을 내겠는가?
 
연합뉴스TV 사진 캡쳐


이 나라는 의사가 땅을 파면 돈이 나오는 줄 안다.
 
의사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의료수가를 올리자는 게 아니다.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국민들은 '의료수가가 의사의 수입이 아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른다.
 
외국에서는 의료계 종사자가 대표적인 중산층이다.

높은 봉급에,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는 빈곤층이 따로 없다.
 
의사들이 의료수가를 정상화 하자는 것은, 이렇게 의료가 붕괴돼 의료기반이 무너지고, 의료 질이 떨어지고, 저질 의료가 의사의 책임이 아닌데도 의사만 욕 먹고, 의료를 망치는 불행한 현실을 바꾸려는 것이다.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20조원이라고 한다.
 
의료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의사 빼고는 모두가 반대한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니다.

#의료수가 #박경신원장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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