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12 12:42최종 업데이트 26.10.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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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피해 책임 병의원에 전가'…산부인과 의사들 "수술실 CCTV 의무화, 산부인과 가장 피해 커"

비현실적 규제 정책 중단하고 국가 차원 보안 기술·재정 지원 우선 마련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병원 내부 영상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출된 사태를 두고 산부인과 개원의 단체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기관 개별 보안 부실로 문제를 몰아세우기보다, 의무화 입법 과정에서 제기된 프라이버시·보안 위험을 먼저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가장 내밀한 진료 장면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그 본질을 일선 병원의 관리 부실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졸속으로 강행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초래한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산부인과는 대리수술 우려 낮은데 획일 적용

의사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유령수술·대리수술 등 극소수의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는 전문의 1인이 진단부터 분만·수술·후속 진료까지 담당하는 구조라 대리수술의 유인이나 구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산부인과는 여성의 가장 민감하고 사적인 신체 부위가 노출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진료과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감시 목적의 촬영 장비를 수술실 깊숙이 들여놓게 한 결과, 대리수술과 무관한 산부인과가 프라이버시 침해와 유출 공포를 떠안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부인과 특성 상 영상노출이 미칠 사회적 파장 등을 우려해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는 CCTV 설치 의무를 배제시켜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정치권과 정부가 여론몰이로 졸속 강행한 수술실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자체가 초래한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산부인과계는 2021년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초상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철회 또는 부결을 요청한 바 있다.

완벽한 보안은 허상…중소 의료기관에 방어 책임 전가

의사회는 이번 유출이 단순한 개별 기관의 보안 소홀이나 특정 장비 취약성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100% 안전한 폐쇄망이 존재하기 어렵고, 중소 병·의원이 전담 보안 인력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 컴퓨터는 진료정보 전달과 건강보험공단 시스템 연계 등을 위해 네트워크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완전히 격리된 아날로그 장비만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기술적 한계로 생긴 피해를 일선 의사에게 형사처벌과 과태료로 돌리는 것은 책임 전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법은 수술실 CCTV 영상이 분실·유출·훼손되지 않도록 암호 설정, 접속기록 관리, 최소 인원의 접근권한 부여, 저장장치의 접근 제한 등 안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표적 조사보다 지원과 제도 재설계부터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전국 의료기관의 CCTV 설치 현황과 관리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현장점검을 추진하는 것에도 반발했다. 

법을 만들고 밀어붙인 당국이 정책 실패를 감추려 일선 의료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꼬리 자르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체는 ▲의료기관을 표적으로 삼는 기획조사와 행정처벌 중단 ▲수술실 내부 CCTV 의무화 조항의 폐기 또는 근본적 재검토 ▲국가 차원의 보안 기술·재정 지원 우선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IP 카메라 금지 등 또 다른 규제만 남발하는 미봉책을 철회하라”며, 촬영 의무가 실제로 환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지 그 목적과 수단을 원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단순 해킹 사건으로 축소하지 말고 수술실 CCTV 의무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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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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