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09 12:43최종 업데이트 26.01.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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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과 대의원회 무용론, 회원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칼럼] 최장락 대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사진=2025년 4월 28일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적지 않는 회원들이, 그것도 대한의사협회 일을 전혀 모르지 않는 대의원회에서도 의협이나 대의원회 무용론이 종종 고개를 든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 지도 십 수년이 됐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공부를 적게 하지도 않았고 사회적 양식이 없지도 않는 그것도 의사협회 경력이 짧지도 않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단체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텐데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여러 생각이 있을 것이나 한 가지 원인을 제시하자면,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방식의 문제이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문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 왔다. 의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건정심이라는 조직이다. 당사자협상의 원칙이랄까 소비자와 공급자 일대 일 구조가 개인의 자유과 자율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상적인 협상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의료계 대표가 소수자라 의사들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 매우 편향적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심하게 말하면 다수에 의한 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관치의료는 이미 의사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건정심 외의 다른 위원회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마치 6.25전쟁 시에 인민재판 혹은 여론재판을 연상하게 하고 정치적 소수자(Minority)에 대한 결과가 정해진 무리한 압력으로 무기력증을 주입해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소위 심리적 노예화 과정처럼 보인다.

아직 세상에서 눈도 뜨지 못한 필수응급중증의료에 종사하는 교수들과 전공의들에 대한 잔인한 국민과 법조계의 공격이 필수응급의료를 마비시켰다. 모든 의사들이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 살리겠다고 눈을 크게 떠도 환자들의 생사는 알 수가 없는데 사소한 꼬투리만 있어도 십수억대의 배상을 포함한 민형사적 린치를 가하는 사회에서 담당 의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성장과정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인간생명을 지키겠다고 힘들고 긴 과정을 각오하고 현장으로 뛰어든 인재들이다. 이들이 미래에 한국을 먹여 살릴 지도 모를 중요한 산업역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인데, 이들이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연 의사회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까.

사법적 폭력이랄까, 사소한 금고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판결에도 유예기간에 2년을 더해 의사면허를 취소시켜버리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저항권을 무력하게 하는 법안이다. 

식당에서 자기 아내를 희롱하는 폭력배를 두들겨 패서 손상을 입혔다고 가정해보자. 법원에서 과연 의사남편을 무죄라고 할까 아니면 과잉방어로 금고집행유예처벌을 내릴까 가장으로서도 몸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는 이미 정상적인 헌법적 인간이 아니다. 자기가 생산한 재화에 대한 가격결정권이 없고 공단이 공공적으로 분배하는 재정분석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회에서 의료업은 그저 공공사회안전망이다. 

이러한 사회적 권력 하에서의 막대한 정신적 절망감, 신분상의 위협, 다양한 사법적 경제적 리스크에 과연 의사협회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대의원회는 어떤 조언을 했는지 회원들은 협회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

의사협회가 사실상 필요 없는 조직이라고 판단해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들이 많다. 의협 무용론, 대의원회 무용론은 회원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의사협회 지도부가 만든 것이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이 모든 현실은 극단적 국민성과 이성이 상실된 사회, 의사에 대해 적대적인 국가사회나 언론 틈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의사들이 살인죄와 의료사고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법부의 잔인한 대우 속에서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심신을 갈아넣는 의사들에 의해 우리 의료가 유지돼 왔다. 엉뚱하지만 만일 의사협회가 스스로 일을 포기하면 복지당국은 누구와 일을 해야 할까.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질문을 해본다.

하나는 의사협회 지도부는 지금 이 시점에 회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회원들이 원하는 이미지 능력 행위에 대해 정밀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둘은 의사협회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필요한 개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개혁하면서 나은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즉 중단기적 목표의식으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물어보고자 한다.

셋은 의사협회는 장기적 목표가 무엇이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넷은 의사협회는 숙련된 임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면 과연 어떤 임원을 어떻게 발탁해 축적된 인맥을 어떤 방식이나 조직을 통해 활용했는가를 물어본다.

의사협회나 대의원회 해산 주장은 회원의 아우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협회는 무엇보다 회원의 사기 진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설사 방향이 조금 틀어져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바른 말을 해대는 조직이 돼야 한다.

제일 무서운 것은 회원의 침묵과 무관심이다. 회원의 침묵과 무관심은 절대적으로 지도부 책임이다. 제일 한심한 회장은 회원 탓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 조직의 역량을 솔직히 고백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서류화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신뢰하거나 오프더레코드 타령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차대한 수탁검사 문제나 의대증원 문제가 의사모임에서는 거의 회자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여론은 지도부가 만드는 것이며 회원정서와 회무는 그 결과일 뿐이다.

세상에서 장기적으로 제일 결과가 좋은 전략은 정공법이라고 믿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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