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11 07:32최종 업데이트 25.09.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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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붕괴로 암울한 의료계...무너진 신뢰, 다시 세우는 의료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지난 9월6일 토 성남시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있었던 박인숙 전 의원의 연설문을 기고 형태로 인용합니다. 


지금 의료계 현실은 총체적 붕괴로 대단히 암울한 현실이다. 더 나쁜 사실은 진짜 재앙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것이다.   

배출 전문의 수 감소, 학생 교육의 질 저하, 대학교수들 이직 증가, 교수 지원자 감소, 지역 의사들 지역 이탈 증가, 필수의사들 이탈, 군의관과 공보의 지원자 감소 등, 어느하나 희망적인 전망을 내가 어렵다.    

근본부터 뜯어 고쳐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정치가 사라졌다. 정치가 뭔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치열하게 토의해서 최선의 결론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고 싸움만 있다. 정치가 더 나빠지면서 대한민국이 베네주엘라화 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의료 서비스는 정부(정치권 포함), 의료계(의사 중심), 그리고 환자(국민)로 이루어진 세 섹터가 상호 신뢰를 가지고 정치적 협상,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 상호 신뢰가 사라지며 모든 화살이 의사들에게로만 향해 있다. 게다가 의사들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민, 형사 처벌이 내려지며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정치권은 표 때문에,국민은 기존에 누리던 혜택 축소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보험금을 더 내고 싶어하지도 않고 , 의사들도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살수있는 방법을 깨닫게 되면서 (봉사/희생정신 감소)   의료붕괴의 해결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제는 혁명적인 개혁마인드를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서 자신이 정치적 불이익을 입더라도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반석위에 올리겠다는 각오를 가지지 않는한 해결은 불가능해지고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정치권(정부포함)은 오로지 표만 의식, populism 위주, 퍼주는데에만 열심이다. 지도자 주위에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은 없고 욕심 그득한 간신들만 꼬인다. 게다가 지난 어느 정부도 보건의료를 진지하게 보고 장기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십여년 전에 만들어진 보건의료기본법도 지킨 정부가 없다.   

포퓰리즘의 결정체인 문재인케어도 결국 건보재정만 낭비하며 후퇴하는 중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하며 만든 오바마 케어 조차도 결국 정치권과 보험업계의 저항으로 큰 성공을 보지는 못했다.    

국민은 의사에 대한 불신, 적개심이 원래도 컸는데 이번 의료붕괴 사태로 더 나빠졌다. 모든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관한 거의 모든 제한을 풀어준 결과 국민은 자기 집 앞에서 언제든지 모든 전문 분야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도 걸러지지 않은 왜곡된 보도로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의사, 의료계  내부; 각 분야별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목소리 낼 수 없다. 게다가 의료계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한 리더가 없다. 
의사/간호사/의료기사/간무사/등 직종별, 젊은의사와 기성세대, 각 과 별 다른 의견들, 심지어 병협/의협 간 이견, 병원 크기별, 수도권 대 비수도권 병원, 등 이 모든 이견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할 의료계 리더가 없다. 

앞으로 개선해야할 의료계 아제다들이 산적해있는데 지금은 완전 수렁에 빠진 모양이다. 정답은 있으나 대부분 실천이 불가능해 보인다.   

기타 고려해아할 사항들을 보자. 

1. 보건의료는 어느나라나 정답이 없다. 선진국들도 답이 없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견딜만 하고 좋았는데 그게 사상누각이었음이 지금 증명되고 있다. 2000명 의대 증원이 촉매제로 와르르 무너졌다. 

미국 의료도 심각해 보이는데 민간보험회사가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의사, 환자 모두 불만이 팽배해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의사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의료비가 비싼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PA, 간호사, 조산사가 진료의 많은 부분에서 의사를 대체하고 있다. 예방접종도 대형마트에서 약사들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일들이 미국에서는 일상이 됐다.

전국민 국영 건강보험을 하는 영국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낮은 임금에 의사들이 해외로 떠나러고하고 환자들 대기는 한없이 길다.    

2. 정부와 시민단체가 말하는 공공의료, 공공의대 개념이 완전히 엉터리인데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를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  

3. 보건의료계에 리더가 없다. 대통령만이 의료개혁을 이룰수 있는데 표를 깎아먹는 그런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4. 의사들의 자정활동도 신뢰회복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극도로 부당한 사법리스크로 인하여 의사들의 분노지수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이를 주장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5. 의료일원화는 한방으로 인한 피해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의료일원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국민 각자의 판단에 맞기고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6. 가짜의료정보가 전세계적으로 심각하고 점차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도 이 문제가 심각한데 한 예로 환자들이 Ivemactin에 열광하고 있는데 대책이 없다고 한다. 이에는 일부 의사들이 앞장서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기 때문인데 제재수단이 없다. 가짜 정보가 자극적일수록 영향력 더 크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 서울대교수, 미국 장관 처럼 높은 지위일 경우 그 피해는 더 심각하다. 

7. 의료서비스 이용에 관하여 국민 계몽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하다. 이미 다 풀어 준 것을 다시 빼앗는 일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 지역의사제? 말도 안 된다. 환자는 지역을 맘대로 떠나서 수도권으로 가는데 의사만 지역에 묶어둔다는 것은 코메디 수준의 잘못된 정책이다.  

9. 전공의 수련 문제도 살펴보자. 전공의 복귀율이 75% 정도라고 하지만 그나마 고년차와 비필수과 위주로 복귀했고 소아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 필수과의 복귀율은 더욱 낮아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걱정된다.     

게다가 정부가 전공의 수련 예산을 깎았다. 즉 전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의지가 없다. 70조원에 달하는 그 많은 잉여 교육교부금을 흥청망청 쓰지 말고 이런데 쓰면 안될까? 정치권 속성상 이도 불가능 할것이다.  

전공의 선발제도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전공의를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싼 노동인력으로 보면 안되고 전문분야, 세부전문 분야별 필요한 수 만큼만 뽑아서 대학/종병에서 수련받고  평생 그 전문분야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선 수련의 질 확보가 필요한데 근무시간을 너무 경직되게 운영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문 분야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10. 의사면허제도에 대한 고민을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의대 졸업 후 아무런 수련없이 곧 바로 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 참에 GP 일반의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1. 전문의 제도를 법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건 가지지 않건 개업하는데 명확한 구별이 없다.   

12. 학생교육 부실, 특히 2024년도와 2025년도 입학생이 더욱 걱정이다. 부실교육이 부실의사를 양산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13. 의대 신설, 공공의대 신설을 끝까지 막아야 한다. 그러나 ‘공공의료’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없는 현 정부에서 가능할지 우려된다. 제2의 서남의대가 될 것이 자명하다. 

14. 필수의료는 이제 망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망할것이다. 의사들에게 ‘바이탈 뽕’ 사명감, 희생정신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다.  

15.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모두 살리는 방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예를 들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응급실들이 모두 충분한 숫자의 응급의학과 의사와 지원과 의사들, 병실을 갖추는 것은 지금의 현실로 보건데 절대 불가능 하다. 결국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 중 하나이다. 그래서 (물론 사법리스크 경감조치가 가장 중요하지만 두번째로) 선택과 집중이 해답이다. 그런데 정부는 엉뚱한 ‘의사들 때려잡는 법’만 만들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문제라지만 사실 한가한 응급실들도 있다. 

16. 사법리스크는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사법리스크도 더 나빠지고 있다. 의료소송에 걸려보지 않은 외과계열 의사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17. 수련고용원은 또 무엇인가. 전공의 수련문제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새 기관부터 만들겟다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관행이다. 아마도 이 기관의 구성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가지고 싸우느라 허송세월할 것이 우려된다.  

수 많은 걱정과 제안들 중 일부를 길게 나열하였지만 실제 개선의 실천이 가능해 보이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할 뿐,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것은 없다. 이럴 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참으로 편리한 말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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