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8.29 13:31최종 업데이트 19.08.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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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사, 건정심처럼 정부 정책 추진 도구로 전락할 우려, 의료계 내부 갈등 촉발 가능성”

병의협, “정부, 분석심사 선도사업 통해 의료비 적극 통제하고 관치의료 시스템 강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가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관치의료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도사업 지침에서 발표된 세부 분석지표들을 보면 분석심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며 “전문가심사제도는 실효성 없이 정부의 면피용 도구로 이용될 것이고 의료계 내부의 갈등만 심화시킨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분석심사 선도사업 문제점으로 △과소진료와 제네릭 약제 사용을 유도하는 비용영역 지표들 △획일적인 진료를 유도하고 관치의료를 강화시키는 임상영역 지표들 △의료기관이 정부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행정영역 지표들 △대형병원에만 유리하고 환자와 의사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지표들 등을 제시했다.

분석심사 심사 방식 중 이전의 건별 심사 방식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은 의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전문가심사제도이다.

병의협은 “전문가심사제도는 작년에 이슈화됐던 경향심사에도 ‘동료평가제’라는 이름으로 포함됐던 항목이다. 하지만 전문가심사제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심사제도에는 전문가심사위원회(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라는 이름의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심사 기구들이 있다.

병의협은 “PRC는 권역 내 요양기관 모니터링, 분석·심층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중재방안을 설정하고 수행하는 조직으로 정의돼 있다. SRC는 심사주제에 대한 분석지표 개발·의학적 근거자료 마련 등 심사기반을 조성하고 전체적인 모니터링 및 PRC 운영 관리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의협은 “이 내용만 보면 마치 기존에 심평원에서 하던 모든 심사관련 업무를 이 조직들이 대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병의협은 해당 의료기관의 심층심사 대상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가 심평원이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심평원에서는 전체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지표결과(분기)와 심사결정자료(월) 등을 활용해 다차원 관찰과 분석을 실시, 변이기관을 추정하고 상세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변이가 있다고 판단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심평원에서 중재하고 이후에도 변이가 지속되면 심층심사 기관으로 지정해 심층심사를 하게 된다”며 “결국 해당 의료기관이 심층심사의 대상이 될지 말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심평원이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심층심사 기관으로 지정돼도 PRC에서 본격적인 심층심사를 하기 이전에 심평원에서 필수점검 뿐만 아니라 지급보류 처리를 하고 의무기록 등을 요청해 집중 분석을 먼저 한다”며 “이러한 과정 이후 심층심사를 위해서 PRC에 상정하게 되는데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간적 제약 등의 이유 때문에 PRC에서는 심평원에서 분석해 온 내용들을 거의 그대로 승인하는 수준 이상의 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PRC는 주제별, 지역별로 의학단체 추천의 임상 전문의 중심으로, 심평원 심사위원을 포함해 7인 내외로 구성된다. SRC는 전문학회 등 의료전문가 중심으로, 심평원 심사 평가위원, 보건통계학자 등을 포함해 12인 내외로 구성된다.

병의협은 “PRC와 SRC 모두 심평원 위원이나 비의료계 인사가 포함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의사들과는 다르게 심평원 위원이나 비의료계 인사들은 위원회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다. 결국 위원회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이들이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PRC와 SRC 위원을 의사협회, 의학회, 지역의사회 등에서 추천해 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의학회는 물론이고 상당수의 지역의사회와 의협 집행부 내부에서도 분석심사 참여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여서 이를 찬성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지역의사회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전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심사를 담당할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 의료계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의협은 “현재 심평원에 자문을 하는 의사들이나 대학교수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의 자문이 심사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도출된 것은 아니다”며 “대부분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심평원에서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문을 내놓은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병의협은 “가뜩이나 정부가 짜놓은 판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마당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의사들은 위원회 내부에서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분석심사 내에서의 전문가심사제도는 진정한 전문가 심사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전문가심사제도를 통해서 내려진 결정을 의사들의 결정으로 포장해 의사들의 반대 논리를 무마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병의협은 전문가심사제도에서 운영되는 위원회가 현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처럼 정부의 정책 추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의사들이 직접 결정내리는 것으로 포장된 PRC나 SRC를 통해서 심사를 받고 불이익을 받게 될 대상들이 바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이라는 점에서, 전문가심사제도는 의료계 내부적인 갈등도 촉발시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는 자체적인 의료정책 수립, 심사평가에 대한 역량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동료평가제에 다름 아닌 전문가심사제도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 분석심사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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