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14 09:27최종 업데이트 26.04.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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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대수술'…중증·권역·병상까지 '정밀 관리' 강화

환자 구조 개편·중환자실 인력 기준 강화·병상 통제 도입…"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 연장선" 해석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했다. 중환자실 인력 기준 강화, 경증환자 회송 확대, 병상 증설 통제 등 핵심 지표가 구체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진료 중심 기관'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이번 개정은 단순 기준 보완을 넘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의료계 내에서도 세부 기준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을 개정·시행하고, 4월 3일부터 제6기 지정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개정된 지정·평가 기준은 의정사태 이후 '전문의 중심병원'을 표방하며 추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연장선상으로 보다 강도 높게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이용 구조를 재편하고, 중증 진료와 지역 의료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진료질병군 기준 강화…환자 구조 개편 '핵심'

복지부는 과거 '평가 지표' 수준에 머물렀던 전문진료질병군 비율 기준을 강화하고, 경증회송률과 외래 환자 구성까지 연계했다.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강제 기준'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기존에도 상급종합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을 충족해야 했지만, 상대평가 중심 구조 속에서 경증 환자 비중이 높더라도 실제 탈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서는 전문진료질병군 비율을 중심으로 경증회송률과 외래 환자 구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단순 비율 관리가 아닌 환자 구성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기준으로 전환됐다. 

특히 경증 환자를 하위 의료기관으로 회송하지 않을 경우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상급종합병원이 외래·경증 환자를 유지하던 기존 진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즉 중증환자를 많이 보는 것보다, 경증환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 것으로, 정부가 의정사태 때부터 추진해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과 맞물려 대형병원의 외래·경증 진료 축소와 지역의료기관으로의 환자 분산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환자실 인력 기준 '대폭 강화'…병원 부담 가중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인력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제2조 요약)

이번 개정에서 가장 의료기관들에게 가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변화는 바로 인력 기준이다. 

먼저 복지부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도 상급종합병원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근무 형태나 상주 기준은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서는 전담전문의가 하루 8시간, 주 5일 이상 중환자실에 상주해야 하고, 해당 시간 동안 외래 등 타 업무를 병행할 수 없도록 기준이 구체화됐다. 

여기에 더해 야간과 주말에도 전문의 또는 레지던트급 전담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하며,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이상 인력을 반드시 두도록 했다. 전담전문의가 휴가나 출장 등으로 부재할 경우 동일한 기준을 충족하는 대체 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는 등 인력 공백에 대한 관리 기준도 강화됐다.

이처럼 중환자실 운영과 관련된 인력 기준이 전반적으로 세분화되면서, 단순 제도 도입 수준을 넘어 상시 대응 가능한 인력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의료계는 전공의 인력 감소와 필수의료 인력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다수의 전문의를 중환자실에 전담 배치해야 하는 구조가 병원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력 확보가 어려운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대형병원 간 ‘인력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인력이 쏠릴 경우, 지역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인력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병상도 '관리 대상'…의료계 "쏠림 억제 vs 수용 한계"

이번 개정에서는 병상 운영에 대한 통제 장치가 강화됐다.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증설하고자 할 경우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며, 진료권역별 소요병상수를 기준으로 증설 여부가 결정된다.

그동안 병상 증설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병원 자율적으로 추진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권역별 의료 수급 상황을 반영한 관리 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규모 확대를 제한하고, 지역 간 병상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완화하고, 권역 내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을 유도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무분별한 대형병원 증설에 반대해 온 의원급 및 중소병원 등 1·2차 의료기관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당사자인 대형병원들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수도권 대형병원의 분원 설립과 병상 확대가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킨다고 보고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환자 쏠림을 가속화하고 지역 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형병원들은 환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병상 확충이 제한될 경우, 중증 환자 수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정책 방향과 병상 규제가 상충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상급종병 ‘수 확대’ 가능성…병상 감축 영향

이번 차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변화는 지정 기관 수 확대 가능성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일반병상을 5~15% 감축하도록 유도해왔으며, 실제로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42개 기관이 해당 사업에 참여해 총 3111개의 일반병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복지부는 전체 병상 규모가 감소하면서, 동일 권역 내 추가 지정이 가능한 여지가 생겼다고 보고 차기 지정에서 기관 수 증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현재 47개인 상급종합병원이 약 4곳가량 늘어날 경우 총 5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다만 진료권역 재편과 맞물려 지역 중심의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도가 별도 권역으로 분리되면서 최소 1개 기관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북부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공급 공백이 있는 만큼, 수도권 전반이 확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상급종병 구조전환 제도화"…정책 방향 공감 속 '현장 부담' 변수

종합적으로 이번 개정은 ▲중증환자 비중 관리 ▲인력 기준 강화 ▲병상 통제 ▲진료권역 재설계 등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을 평가 기준에 직접 반영해 제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 유도 정책에서 벗어나, 지정·재지정이라는 ‘핵심 인센티브’를 통해 병원 행태를 바꾸려는 접근이다.

의료계에서는 정책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중증환자 중심 구조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중환자실 인력 기준이나 환자 구성 비율 등은 병원 상황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진료권역과 병상 관리까지 포함되면서 정책 영향 범위가 크게 확대된 만큼, 지역별 의료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받아 10~11월 심사를 거쳐 12월에 최종 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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