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15 14:06최종 업데이트 23.09.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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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판결, 의대·한의대 통합하는 의료일원화가 대안될까

"면허범위 관련 애매한 규정 개선 위해 의한정 협의체 만들자…의료일원화 논의도 장기적으로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사법부 판결이 지속되면서 이젠 근본적인 의료 이원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극단적으론 의료일원화 도입을 논의하자는 주장부터, 의정한 협의체를 만들어 기존 의료법 내 모호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사법부에 따르면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관련 판결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판례를 뒤집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기존 의료체계에 큰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한의사 무죄를 최종 선고했고 하루 앞선 13일엔 수원지법에서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18일에도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의 사법부 판례를 보면 이 같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해석이 주류였지만, 최근 이 같은 법률 해석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의사 무죄가 선고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의 경우,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12명 대법관 중 10명이나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의료계에 충격을 줬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판례 해석 자체가 새롭게 규정되자, 법조계에선 이원화된 현재 의료체계의 한계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모호한 법 조항이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법부 판례 자체가 바뀐 이상, 의료일원화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갈수록 한방의료와 현대의료체계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법부 판례도 아예 뒤집힌 것이 아닌가 싶다"며 "현재 의료법 기준을 가지곤 도저히 의사와 한의사 면허 범위를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이젠 의료통합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그 방식이 의료일원화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정부 정책 방향상 한의사에게 언제까지 전통 방식만 고수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원화된 시스템 안에선 계속해서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만 조장되고 판례가 계속될 수록 이런 갈등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지만 의료계에서도 의료일원화를 이젠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이로운 교수는 최근 대한초음파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료이원화 체계에서) 한의사가 현대의학원리에 따라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건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가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일원화 논의를 조심스럽게 아젠다로 제시했다. 

다만 의료계 내에선 의료일원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의료일원화 논의가 이뤄지기까진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국의대 의료인문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현재 상태에서 의료일원화를 논의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이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의학에선 현대의학을 양의학으로 부른다. 세계표준으로 정의돼 있는 물리학이나 화학을 양물리학이나 양화학으로 부르진 않는다. 근간이 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섣부른 일원화 논의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박지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장기적으론 의료일원화 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교육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상태에서 단순히 어떤 의료행위가 어느 면허범위에 속하는 지를 규정하기 위해 의료일원화를 논하고 한 범주 안에 넣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각자 입장이 엇갈렸지만 장기적인 대안으로 의료일원화 논의를 두고, 단기적으론 모호한 법 체계와 규정을 손볼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용 교수는 "지금 상태에선 의료계와 한의계의 법정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의료법에서 정한 면허범위가 모호한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향후엔 이를 법원의 판단에만 맞기지 말고 정부 주도 아래 의료계와 한의계 내부에서 합의를 통해 규정 등을 조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체계 자체가 나뉘어져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일원화 논의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어가되 단기적으론 정부와 의사, 한의사가 모여 협의체를 만들고 최근 이어지는 직역별 면허범위에 대한 꾸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당장 의료일원화 추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장기적으론 필요한 방향이라고 동의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료일원화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지만 너무 커다란 담론이기 때문에 의협 뿐만 아니라 한의사협회나 정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단 의협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41대 집행부 임기 내에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공론화와 논의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의원장도 "판결 내용을 보면 이원화된 면허 체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도 결과는 의료이원화를 부정하는 내용"이라며 "이렇게 가다보면 갈등만 유발되고 결국 하나로 만들거나 하는 시도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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