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2.16 07:30최종 업데이트 17.12.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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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시기상조…지불제도 개편 필요성은 공감

행위별 수가제 지속가능하지 않아…한국만의 제도 논의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총액계약제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싸늘했다. 건강보험 진료를 하고 정부에 급여비를 청구하는 현재보다 정부 통제가 더 심해지고 수입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총액계약제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대신 장기적으로 의료행위에 따라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수가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총액계약제란 일정기간 동안 제공될 의료서비스 총액을 사전에 결정하고 결정된 총액 범위에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의료공급자들 “재정 투입없는 총액계약제 반대”
 
의료공급자들(의사)은 1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토론회에서 총액계약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상임이사는 “총액계약제를 실시하는 일부 국가는 높은 수준의 보험료와 막대한 공공기금 투자로 이뤄진다”라며 “총액계약제가 재정 투입 노력없이 공급자 통제만으로 이뤄진다면 의료서비스 하향평준화, 의료서비스 저하, 신의료기술 도입에 대한 동기부여 저하 등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현재 한국에서 보험자와 곱급자 간 매년 진행하는 수가 계약은 이미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총액계약제는 불필요하며 그에 앞서 원가에 맞는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이상운 법제부회장은 "3만5000여명의 개원의를 대표해 총액계약제를 반대한다"며 “대만 의사들은 총액계약제 만족도가 30%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독일도 의료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의사들은 총액계약제를 하면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노동시간을 줄여 버린다. 조금 일하고 조금 받자고 한다”라며 “그만큼 진료 범위를 축소해 국민도 불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의료정책은 국민 건강을 돈으로만 환산하거나 정치로 이용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전 준비없이 총액계약제를 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지불구조 개편 논의 한걸음씩 이뤄져야
 
총액계약제 시행과 별도로 지불구조 개편 자체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급증하는 의료비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인구 감소와 대형병원 환자 쏠림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필요하다.
 
의협 안양수 총무이사는 “인구가 감소한다면 행위별수가제의 존속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며 “환자가 줄어들면서 (행위별수가제가 아닌)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총액계약제는 의료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착취하는 구조다. 그만큼 통제적인 성향이 강하다”라며 “다만 병원 따로, 의원 따로 총액 계약을 한다면 의원의 생존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팀장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료기관종별 기능 정립) 개편 없이 총액계약제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라며 “필수의료서비스가 위축되고 비급여가 활성화되는 왜곡된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현재 정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행위별 수가제에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에게 득이 아니라 해가 된다”라며 “행위별 수가제이면서도 저수가의 구조에서 의료이용량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건강보험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고 효율화하는 데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리고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라며 “대신 건보 재정을 확충했을 때 (의료이용량이 통제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액계약제의 장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신희철 예방의학과 교수는 “총액계약제를 규제나 정부 통제 강화 로 규정하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의료제공자 입장에서 의료 제공 체계를 정상화시키는 관리학적 지불체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총액계약제는 지역마다 질병적인 접근을 하고 지역별로 비용을 할당할 수 있다”라며 “가령 보건복지부가 일정 금액을 개별 지역에 주면 의원, 병원 등에서 알아서 진료하고 이를 지역의사회가 평가해 할당하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총액계약제 검토하지 않아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의협은 국회에서 총액계약제 검토를 요청한 데 대해 복지부가 이를 시급하게 도입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 같다”라며 “복지부는 총액계약제에 대한 준비나 검토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총액계약제를 한다면 병원까지인지, 의원까지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라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의 직역간 재원 배분이나 지역간 배분은 어떻게 할지 정할 부분이 많다”라고 했다. 정 과장은 “정부는 총액만 관리하고 (의료계가)총액을 자율적으로 배분하고 심사한다면 (총액계약제 시행이) 간단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라며 “총액계약제를 했을 때 의료이용량이 당초 할당된 범위를 넘어섰을 때 이 부분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할 때 병상이 비워져 있게 되면 현행 수가로는 유지할 수 없어 총액으로 가려는 사례가 있다. 산부인과는 총액을 고정하고 환자가 줄면 그 수준에 맞춰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정 과장은 “현재처럼 (의사가)환자를 많이 보면서 비용도 늘어나는 극단적인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며 “이런 제도가 언제까지 잘 유지될 것인지가 근본적인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불구조를 개편한다면 (총액계약제 등) 특정 제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어떤 지불제도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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