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1.15 06:01최종 업데이트 18.01.15 08:06

제보

소득격차보다 건선 유무 따른 행복도 차이 더 커

레오파마 행복보고서, 환자 절반은 친구·가족도 이해못한다 생각

사진: 홍피부과의원 이건홍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그동안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사회적 지표로 널리 채택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사회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행복'이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유엔은 행복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발전 측정 매개변수로 삶의 만족도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건선은 치료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각한 질환 가운데 하나로, 행복이나 웰빙, 삶의 질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건선 환자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어떻게 될까.

홍피부과의원 이건홍 원장은 "대한민국의 건선 환자는 건선의 심한 피부 병변으로 인해 전염병으로 오인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면서 "전염성이 없음에도 목욕탕을 자주 가는 국민 특성상 피부병에 대해 오해를 하고 편견을 가져 건선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위축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략 150여만 명이나 되는 한국의 건선 환자 중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우울증, 불안증, 자살 충동 등의 정신과적 장애를 겪은 환자가 상당수인데, 이는 건선을 앓고 있지 않은 비건선 환자보다 30% 이상이고, 우울증은 39% 이상 높다"며 "세계보건기구 삶의 질 척도를 기준으로 해도 건선환자의 삶의 질의 점수는 75점으로 일반인의 89점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덧붙였다.

이런 환자들의 고통은 지난해 피부질환 전문 글로벌 기업 레오파마가 조사한 '세계 건선 행복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설문 조사는 레오파마 혁신 실험실과 행복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다제학적팀이 184개국 12만 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최초 건선 환자 행복도 조사다.

설문은 PsoHappy 애플리케이션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기기입식 설문으로 진행됐으며, 20세 미만부터 60세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설문 문항은 중증도, 질병 부담, 치료 부담, 보건의료체계와 의료 전문가들의 평가, 일상생활의 걱정과 행동에 초점을 맞췄으며, 조사를 위해 UN 행복 보고서 및 갤럽 세계 여론조사에서 활용되는 방법과 피부과-삶의 질 지수(DLQI) 등을 토대로 ▲정신건강 척도 ▲인지 스트레스 척도 ▲자가 존중감 척도 ▲질병 척도의 수용 ▲외로움 척도 ▲사회적 지지의 다차원 척도 등 총 6가지 방법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 건선 유무에 따른 행복도 차이는 소득 격차에 의한 차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행복도 차이는 영국과 덴마크에서 각각 16%, 10%였지만 일반 인구집단과 건선 환자의 행복도 차이는 각각 28%, 31%였다.

또 건선 환자들은 단순히 질환 자체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관계적인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대다수인 74%가 건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58%는 '주변 친구들이 건선 환자로 생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고, 49%는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40%는 '자기 자신을 이 세상에서 유일한 건선 환자로 느낀다'고 답해 건선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고립감이나 소외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49%는 '자신에게 건선이 정신 건강 측면에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담당 의사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42%는 '건선 치료에 대한 의사의 능력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변해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 관계 형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절반 이상인 55%가 '다양한 건선 치료 방법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받지 못했다'고 응답해 건선 환자를 위한 올바른 치료 방법에 대한 공유도 절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건선 환자의 삶의 질이 낮은 것에 대해 이 원장은 "건선은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나을 수 있지만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유지 치료를 못 하면 질환이 만성화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서 "이는 건선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 건선 예상 환자의 15.3%에 불과한 23만 명 수준으로, 환자 대부분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면서 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건선은 조기에만 진단하면 전신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국소 치료제 사용과 자외선 치료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서 "국소 치료제는 국소 부위에 발생한 건선 뿐 아니라 전신의 건선에도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제로, 최근에는 조기 치료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유지 요법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오래된 건선은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의사-환자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약제 도포법을 제대로 설명하고 꾸준한 치료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선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