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7 08:55최종 업데이트 23.06.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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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일차 목적은…환자안전? 인간다운 삶!"

전공의협의회 신유경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 "전공의 권리 보장 속 부작용 우려 최소화 노력 필요"

사진=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 근무시간 감축의 목표는 환자안전이 아닌 전공의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주 80시간 초과 근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공의 근로시간 감축이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들이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대전협 신유경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은 16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근로시간 규제와 관련한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논의 흐름을 소개하며 전공의 근로시간 규제의 정당성을 환자안전 향상으로 국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환자안전 중심 논의 vs 유럽, 시민으로서 권리 보장
 
미국의 경우는 1984년 전공의가 처방한 약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전공의의 과로와 전공의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불충분한 감독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규제되기에 이르렀다.
 
신 위원장은 “미국은 전공의 근무시간 논의가 환자안전이란 정책 문제 중심으로 형성됐다”며 “이는 자연스레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가 환자안전을 실제로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최근 저명 학술지에선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가 오히려 환자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며 “이는 최근 한국에서 전공의 근로시간 감축에 반대하는 주장에 종종 인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럽의 경우는 전공의들의 권리가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다뤄지는 흐름 속에서 근로시간 규제가 이뤄졌다.
 
유럽의회가 제정한 사회권 보장 원칙 내에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보장이 명시돼있으며, 이를 근거로 2003년 근무시간 지침(EU’s Working Time Directive)이 나왔다. 주당 최대 근무시간은 48시간으로 제한하고, 24시간 연속근무 당 최소 11시간에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유럽 시민에게 적용된다.
 
신 위원장은 “유럽에서 전공의 근로시간 규제는 전공의가 다른 보통 시민들처럼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문제화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물론 해당 지침의 이행정도는 각 나라별 현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든 시민을 평등히 대해야 한다는 원칙과 그 원칙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없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향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는 단순히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게 맞느냐가 아니라 근무시간 단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련 질 저하와 환자안전 위협이란 부작용에 대해 국가와 의료기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근무시간 줄여도 수련 질∙환자안전 유지 가능…근로기준법 예외업종 삭제해야
 
신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영국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인용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당직 근무에서 주된 역할 수행 ▲전공의에 대한 적절한 감독 ▲교육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 환경 등의 조건이 갖춰진다면, 주 48시간 근무로도 수련 질과 환자 안전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전공의 근로시간 감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련 질 저하와 환자안전 문제를 직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근로시간 감축이 반드시 질 저하와 환자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란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련 질과 환자안전은 단순히 근무시간 뿐 아니라 전체 근무시간 중 수련에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 업무의 내용 및 강도, 지도 및 감독 수준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전공의 근로시간 감축 목표가 시민으로서 권리 보장이란 주장의 연장선에서 향후 제도 개선도 궁극적으로는 전공의법 개정이 아닌 근로기준법 예외조항의 삭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보건업을 포함한 일부 업종을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 규제의 예외 업종으로 명시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를 구각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이끌어가야 배데되는 사람이 없는 합리적 제도의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펠노예'라고 불리는 전임의들처럼 근로기준법, 전공의법에 모두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전공의 수련 제도 개선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의 일차적 목적은 전공의의 인간다운 삶 보장이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한 수련 질과 환자안전 측면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근무시간 제한이 수련 시간 단축이나 담당환자 수 증가 등의 업무강도 증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근무시간 제한이 되더라도 수련과 무관한 업무가 늘어선 안 되며, 전문의에 의한 지도 및 감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도 전공의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수, 전임의 등 모든 의사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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