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09 06:12최종 업데이트 15.03.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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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같아라~~~" 전공의 계 탄 날

의협회장 후보 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보고...

메디게이트뉴스 기자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두환 기자가 대한의사협회 제39대 회장 선거 토론회를 보면서 느낀 소회를 적었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에게 의협 선거란?

의료 전문매체 입장에서 ‘선거철’만큼 애증이 공존하는 이슈도 없을 것 같다. 늘어난 취잿거리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뉴스를 만들어내지만, ‘선거’라는 제목이 붙는 뉴스의 클릭률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번 선거처럼 5명의 후보자가 나온 상황이라면, 나처럼 근본 없는 기자는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도 힘들다. ‘형식상 공평함’을 유지하기 위해 후보자들 한마디씩만 실어도 뉴스 한 꼭지 분량이 금방 채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서 특정인을 지지하기도 어렵다. 결론 도출 과정의 합리성보다 결론의 ‘기계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 검증 과정을 거쳐도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언론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모든 기자는 ‘생각과 판단’을 머리 속에서 비우고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기사를 써야 한다.


외국 언론은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

뉴스는 똑같고, 유권자의 관심은 더 떨어지며 다음 선거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질수록 ‘세가 강한 사람’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변화를 이뤄내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수련의에게 의협선거란?

인턴 수련 중 기자는 급하게 인턴 대표의 호출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의협회장 투표권을 행사하라는 연락이었고, 고민에 빠졌다.

'후보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는, 나 같은 유권자도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맞나?'

 

후보자에 대한 브리핑을 짧게 해달라는 부탁에 인턴 대표는 "전공의들 사이에 아무개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대답을 해줬고, 그의 대답은 투표의 유일한 판단 근거가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하던 기자가 이런 투표 형태의 일차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휴무 시간에 자기 한 몸 쉬기도 힘든 수련의들이 병원 외의 일에 관심을 두기는 정말 어렵다. 일반 수련의가 자기 철학을 갖고,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지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젊은 의사 단체들은 의협 선거철이 되면 여러 후보에게 구애를 받는다. 젊은 의사 단체들은 투표권을 가진 회원 비율이 높고*, 조직의 특성상 바람몰이를 할 수 있어서 한 후보자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지 않는 이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의협의 선거권은 최근 의협 회비를 납입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데,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공의는 월급에서 의협회비가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선거권 보유자가 많다.

대전협 회장은 “요즘 대전협 회원 사이에 회장선거를 2개월마다 한 번씩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 요즘처럼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늘만 같아라~~~" - 당선후에도 공약처럼 젊은 의사들을 위해 노력해 줄거냐는 송명제 대전협 후보의 질문에 다섯 후보 모두 O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유권자가 속한 집단의 결정은 '꽤' 힘을 갖는데 반해,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관한 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 젊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처우 개선이 수련의가 행사한 한 표를 더 의미 있게 하는 방법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자가 바라본
의사가 바라는 정책토론회의 의미

정책은 캠프에서 머리를 짜내 만들어낸다. 세부 내용은 정책집에 자세하게 나와 있고, 토론회 내내 후보자들은 그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답했다.

의료계 주요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관점 차이(실제 그 차이도 크지 않다)만 확인했을 뿐, 후보자들은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어떤 객관식 답안지가 많은 표에 도움을 주는지 선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후보자에 대한 배경지식을 잘 축적하지 못한 사람은 정책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색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3월 7일 젊은 의사 협의체 주최로 열린 후보자 합동 토론회

 

하지만 각 후보자가 당선 후에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어떻게 대중들에게 어필할 것인가 하는 모습은 유추해볼 수 있었다.

의협 회장은 의사 내부의 주장을 대중들에게 표출하고 설득하기 위해 본인을 도구화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의료 정책은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가능하고, 정부는 (의협의 투쟁보다도) 여론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낸 유일한 후보 토론회의 의미다.

다만, 기자처럼 토론회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거나, '의지'가 있는 의사는 극히 드물어 일반 회원들은 다시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투표를 하거나 투표를 포기할 것이다. 


후보 토론회 중 말·말·말

 

"창조적 공격" "꼭 콩밥 먹겠다"

- 이용민 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투쟁을 방어적으로만 하지 않겠다며, 그리고 강경한 투쟁을 약속하며

 

"100년 넘은 의협 회장 출신 비례 대표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협회장을 정계 진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인성 후보가 부정적으로 대답하며

 

“회원이겠죠?”

-의협 회장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임수흠 대표의 대답

 

"너무 강경하게 보인다고 해서, 요즘 유하게 나갔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타 후보들이 강경하게 투쟁을 밀어붙이는데 반해, 너무 온화한 정책만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임수흠 후보의 대답

 

"지방대 출신이라 교수나 전공의 만나기가 힘들다"

- 송후빈 후보가 선거 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학병원은 수가에 관심 있는 척만 하고, 싼 노동자를 쓸 수 있어서 수련의 늘리기에만 몰두한다"

-송후빈 후보가 대학병원의 전공의 처우와 관련하여 비판하던 중

 

"윤리위 결과를 공개해서 기사 내용이 맞다면 후보를 사퇴할 의사가 있으신지요?"

-추무진 후보가 모 기사를 인용하여 조인성 후보에게 의사 폭행 및 의협 윤리위 경고 내용이 사실이냐며 확인을 요구하던 중

 

"2개월마다 선거가 열려야 한다"

-송명제 대전협 대표가 회원들의 의견을 전하며

#젊은 의사 협의체 #대전협 #대공협 #초청토론회 #의협회장선거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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