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03 05:51최종 업데이트 19.09.0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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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원 한계 고민해볼 때…의사들의 시간과 삶의 폭을 넓힐 수 있어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은 동업자 없이 최소한의 지원 인력으로 홀로 환자 진료활동에 임하고 있다. 성업 중인 의사라면 간혹 몇 명의 간호보조사를 두고 있으나 이제는 이것마저 가파르게 오른 최저 임금인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단독개원은 자신의 실무를 소유하고 관리 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이상적이며 언젠가는 꼭 실현하고 싶은 로망인 것이다.

의사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과의 좀 더 긴밀한 관계, 그리고 개인의 진료 성장 패턴을 본인 스스로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을 택한다면 단독개원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일하는 데 따르는 희생은 더 타이트하고 긴 근무 시간을 포함할 수 있다. 아울러 재정적인 부담과 경영상의 위험부담은 언제든 날카롭게 도사릴 수 있다. 

역경의 시대 ‘단독’ 보다 공동개원이 수월성면에서 탁월, 위험 분산 등 장점 풍부

영국에서 최고의 진료를 위한 컨퍼런스에서 한 저명한 교수는 일차 진료의 수월성은 이제 의사 개인의 단독 개원 보다는 다수의 의사가 모여 함께 공동 운영하는 집단개원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원에 참여하는 ‘의사의 수’에 따라 즉, 진료규모의 크기에 따라 진료의 성과가 더 좋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둘 이상의 의사가 동일한 시설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동일한 고용 인력을 활용하고 자신들이 합의한 방식으로 소득을 나누기도 한다.

2인 이상의 복수의 공동개원은 근무 시간 단축과 경영부담의 분담에 대한 이점과 이로 인한 다양한 혜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개원한 의사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자유가 줄어들 수 있으며 급속한 소득 증대도 어려울 수 있고 경영에 대한 결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과 의사 자신의 삶에 대한 고려를 한다면 단독 개원 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더 큰 ‘진료대오’를 형성해 팀의 일원으로 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는 단독 개원시대에서 공동개원 시대로 변화할 수 있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의사의 단순 직무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오히려 지구촌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일차 진료 의사의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고 매일 새로운 의과대학이 출현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 상급병원 환자 미어터지고 지역 중소병원 개원 가 갈수록 고사위기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의료 상황은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기형적인 의료체계로 인해 환자가 넘쳐나면서 대다수 의료 종사자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 상태로 매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방 중소병원과 개원가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경영상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개원가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이제 일상적인 이야기가 되어 아무리 이야기해도 허공 속의 메아리처럼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위기 상황의 불감증 사회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틀어쥐고 관리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통계를 바탕으로 의사수입에 대한 자료를 들이 밀면서 아직 우리나라 의사는 충분히 살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됐던 여러 가지 사례에서 단독개원의 위험(risk)요소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의사 혼자 수술하기가 버거워서인지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겨 놓고 자리를 비운 의사나 내시경을 위한 수면마취를 상태에서 성추행한 의사, 그리고 ‘다나 의원’ 사건으로 불거진 간염 등 감염병으로 문제가 된 곳 등 모두가 단독개원의 형태에서 출발한다.

의사가 단독으로 개원하기에 이제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실상 이미 이런 변화는 꽤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독 개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기고 책임져야 의료역량 강화에 큰 어려움

단독 개원의 형태는 원장 1인이 감당해야 할 진료 이외의 어려가지 부수적인 일이 많다. 단독 개원은 특별한 형태의 자영업이다. 개원은 의사 한 사람으로 해결되지 않아 진료를 위해서 다른 보조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자신이 이들의 고용주이기도 하며 한편 건보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피고용인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공단의 급여는 일종의 성과급이어서 진료의 양적 규모에 비례한다. 단독개원 의사의 신분을 성격에 따라 나열해보자면 병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관리자를 비롯해 소속 직원의 봉급을 책임지고 수익 창출을 고민해야 하는 경영자인 동시에 행정가이다. 실제 주요 진료를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이른바 ‘특수 노동자’ 신분이기도 하다. 

단독 개원에서 한 인간으로 감당해야 할 다양한 업무와 자신이 최고 결정권자의 외로운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의사결정구조나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유리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속담에 있듯이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과 같이 동료와 같이 동업의 구조에서 유리한 점도 매우 많다. 일정 규모의 일차 진료를 구성하면 자연히 진료 이외의 사안에 대한 대체인력 고용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 물론 이들에 대한 경비가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공의근무 시간도 80시간으로 규제하고 있고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48시간으로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의사의 개인적인 삶도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의사는 더 이상 환자와 의사간의 자유 단독계약에 의한 진료가 아니라, 제3자가 비용지불을 하고 자신은 팀의 일원으로 근무하는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단독개원을 하는 의사는 속칭 성공한 의사가 되어 자신의 일을 나누어줄 피고용 의사(페이 닥터)를 둘 수 있는 의사로 이들과 분담을 통해 자기를 위한 시간이 가능해진다.

의료가 매우 보수적인 나라는 의사가 의사를 고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금기사항도 점차 시대착오적으로 간주되고 변화하고 있다. 이런 경우 피고용 된 의사는 엄밀히 이야기하며 단독개원의 형태는 아니다. 

안정적으로 멀리가려면 혼자 보다 동료와 함께 가는 협업 시스템 고민해야

권력은 시간확보에서 나온다고 누군가 이야기 하였다. 의사들이 모인 단체를 살펴보면 단체의 리더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개원에 의한 시간적 족쇄로 단체의 직무를 충분히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간 확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회의를 새벽이나 심야 아니면 늦은 주말에 의존하는 회의의 한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의사협회의 대의원회를 봐도 토요일 오후에 시작해 일요일 저녁시간 전에 종료하는데 정기 대의원회로 5일, 그리고 중간회의로 3일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미국의사회와는 엄청난 시간상의 차이를 보인다. 

개원가가 어렵다고 하는 통상적인 호소 속에는 시간을 낼 수 없는 안타까움도 함께 존재한다. 의사가 구성하는 전문직 집단이 이런 약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각 회원이 의사단체에 할애 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단체 산하의 다수의 위원회 등이 활발한 활동과 역량을 보여주어야 가능하다. 의사가 몇 명이 모이면 당직개념도 존재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이 생기기 시작하고 진료 이외의 중요한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시간 확보도 가능하다.

고령화 시대 맞아 의료 분야도 종적 횡적 융, 복합 전문 설계 필요 

우리나라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정부는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를 본 받아 통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정부의 주도가 아니라도 의료계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대처로 다양한 통합의료를 만들어낸 유럽과는 발전 과정도 매우 달라 보인다.

정부기관이 관변 학자를 통하여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의료계에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관주도로 밀어붙여 실행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의 통합의료는 말 그대로 의료와 복지의 통합 그리고 의료기관의 종적, 횡적 연계가 필요하다. 최소 횡적인 연계라도 돼야 긍정적인 진료성과가 가능하다. 고령사회의 대처에 시대착오적인 관주도 개발정신이 깔려 있어 잘 될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정의학과 같이 1차 진료의사의 양성이나 고용 그리고 이들이 진료전달체계의 첨병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다. 그러나 내, 외, 산, 소 등 속칭 광의의 일차 진료 의사가 모여 개원한다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최소 이들 간의 협동개업이나 동업의 형태가 보편적인 개원의 형태라면 고령화 시대의 환자나 삶의 질이 중요하게 된 현대의 의사 모두에게 이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 상실시대 난관 극복 위한 시너지 효과 유도 해법 절실히 요구    

우리나라의 전문의 제도는 사회적 수요를 감안하지 않는 수련병원의 요구에 맞춰진 싼 노동대체인력의 개념의 전공의 수요 산정으로 이제 전문의를 취득해도 자기 전문 과목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보험수가도 너무 낮아 보험이 아닌 수입원이 될 만 한 것은 전문 과목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해야 하는 의료가 됐고, 이것이 세계최고 의료의 슬픈 모습이다. 자신이 배운 좁은 영역의 단독개원에서 지역의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기대는 애초부터 너무나 가설적이다. 자신의 개원 영역이 특수하고 좁은 분야일수록 이제는 희귀성으로 아주 경영이 수월하거나 아니면 환자 없이 어려운 실정을 감수해야 한다. 수익보전을 위해서 자기를 위한 시간은 더욱 상실될 수밖에 없는 뼈아픈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경험한 부정적인 의료와 추락한 의사의 이미지를 보며 이를 타개할 방법 중 하나는 여러 의사가 모여 개원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동료의사가 있었다면 수면마취 성추행이 가능했을까? 일을 함께 할 동료가 있었다면 영업사원에게 혼자 수술을 맡기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을까? 라는 원초적인 생각에 잠시 빠져 본다. 

여하튼 의사 한사람과 한 두 명의 조무사로 의원을 개원하는 형태는 이제 바꿔야 할 시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의사의 대부분이 전문의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진료과의 협동이나 동업개원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혼자 개업해 성공한 능력 있는 의사도 의사를 고용해 자신의 시간과 삶의 폭을 넓힐 수 있어야 함은 두말한 나위도 없어 보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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