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3.13 08:44최종 업데이트 21.03.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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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광합성 스위치에서 착안, 4세대 엑소좀 치료제로 고분자 약물을 세포 안까지 전달한다

[바이오 CEO·MD 인터뷰]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최철희 대표 "5년 이내 3~4개 파이프라인 효능 검증 목표"

사진: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최철희 대표(제공=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엑소좀은 세포에 의해 방출되는 세포외소포(EV)의 일종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물질이다. 엑소좀이 알려지고 처음 20년 동안은 세포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일종의 '종량제 봉투'라 여겨졌다. 그러나 10여년 전 엑소좀 내 물질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엑소좀이 세포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엑소좀의 역할을 약물을 전달하는데 이용한다면 어떨까. 엑소좀은 원래 몸 안에 있던 물질이기 때문에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독성이 없을 것이고, 세포끼리 의사소통 하기 위해 어느 세포로 가야할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원하는 곳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엑소좀을 잘 활용하면 의학적인 효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로 여러 연구자들이 엑소좀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엑소좀 안에 저분자 약물뿐 아니라 기존 기술로 하기 어려웠던 고분자 약물을 탑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Codiak BioSciences)는 2017년 765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한 뒤 올해 2월 나스닥(Nasdaq) 상장에 성공했다. 또다른 엑소좀 치료제 개발사인 영국의 에복스 테라퓨틱스(Evox Therapeutics)는 2월 9540만 달러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에복스의 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이고, 코디악의 리드 후보물질은 지난해 하반기 임상1상 단계에 돌입했다.

이처럼 초기 단계임에도 엑소좀 치료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가운데, 코디악과 에복스를 넘어 그 다음 세대 엑소좀 치료제를 준비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있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최철희 대표는 식물이 빛이 있을 때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그 에너지를 이용하는 스위치에서 착안, 빛에 의해 조절 가능한 단백질 모듈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엑소좀 내 고분자 단백질을 프리폼(free form) 상태로 탑재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철희 대표를 만나 엑소좀 치료제 개발 현황과 기술 특징,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최 대표는 신경과 전문의로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기초의학교실 미생물면역학교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알라바마주립대 세포생물학과 박사후과정 및 연구강사, 이화여자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2015년 11월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세포(cell)와 엑소좀(exosome)의 앞 글자를 딴 셀렉스라이스사이언스에서 2018년 미국 지사를 설립하며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에서 일리아스에서 따온 새로운 사명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들이 신들이 내린 역경을 이겨냈듯이,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가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183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240억원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 사이 질적, 양적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설립된지 만 5년이 지난 지금, 박사급 연구원 16명, 석사급 30명 등 50명의 연구원을 포함해 6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연혁. ⓒ메디게이트뉴스


"고분자 약물을 엑소좀에 탑재하는 것 넘어 남들이 못하는 것 하겠다"

최 대표는 엑소좀 치료제를 4세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1세대 엑소좀은 세포에서 나오는 엑소좀을 일종의 세포 아바타로 사용하는 것이다. 줄기세포가 몸 안에 들어가 치료효과를 내는 것은 세포가 내보내는 물질에 의한 것인데, 그 대부분이 엑소좀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엑소좀을 이용해도 줄기세포 치료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질 수 있어 줄기세포 회사 대부분이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엑소좀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세대 엑소좀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기술로 1세대에 약물을 탑재해 기능을 훨씬 보강한 것이다.

3세대 부터는 기존 기술로 하기 힘들었던 고분자 약물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3세대 엑소좀 치료제 개발 회사로 코디악과 에독스를 들 수 있다.

4세대는 엑소좀을 매개로 약리물질을 타겟 세포 내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3세대와 구분할 수 있다. 일리아스가 개발하는 약물이 이 4세대 엑소좀 치료제다.

최 대표 "3세대와 4세대를 택배박스에 비유했을 때, 3세대는 택배박스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물건(약물)이 붙어있어 꺼낼 수 없다고 보면 된다. 반면 4세대는 박스 안의 물건을 쉽게 꺼내 원하는 곳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사진: EXPLOR의 메커니즘(제공=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최 대표는 "고분자 약물은 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세포 바깥의 안테나에 붙어 내부로 신호를 보내 약효를 나타낸다. 3세대 기술도 마찬가지로 엑소좀 바깥에 약물을 부착해 전달하고자 하는 세포의 안테나를 두드리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빛을 이용한 엑소좀 내 고분자 약물 단백질 탑재 기술인 일리아스의 'EXPLOR'(EXosome engineering for Protein Loading via Optically Reversible protein-protein interactions)을 이용하면 치료 약물을 표적 세포 내부에 고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최 대표는 "EXPLOR 기술은 다양한 약리 물질을 탑재할 수 있고, 엑소좀 표면 조작을 통해 능동적으로 표적 세포를 타겟팅할 수 있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고분자 약물을 이용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레드오션이라 생각한다. 또한 타 회사와 우리 회사 간의 기술력 차이가 존재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EXPLOR 기술은 아직 타 회사가 들어오기에 장벽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집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는 모습(제공=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항염증·항암·유전적 희귀질환에 집중…2022년 IPO 목표로 항염증 파이프라인 진도낼 예정

현재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에서 가장 먼저 타겟하는 치료 분야는 항염증이다. 지난해 4월 엑소좀의 패혈증에 대한 치료효과를 입증한 첫번째 개념입증연구(Proof of Concept)에 이어 올해 1월 조산(pre-term birth)에 대한 두번째 생체내 개념입증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EXPLOR기술을 활용해 항염증 물질인 NF-κB 억제 단백질을 탑재한 엑소좀을 생쥐 모델에 투여했다. 항염증 단백질을 실은 엑소좀은 모체의 혈류를 통해 태반장벽을 통과해 태아에 도달했고 태아의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조산을 막을 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존율까지 개선시켰다.

일리아스는 항염증에 이어 아직 정복되지 않은 항암, 유전적 희귀질환에 초점을 맞춰 치료제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최 대표는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는 항염증 파이프라인의 개발에 최대한 진도를 내 실패 확률을 줄이고 근거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초 기업공개(IPO)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인 라이센스 아웃에서도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기적으로 5년 이내 3~4개 파이프라인을 2상 임상까지 진행해 효능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20대 글로벌 제약회사 카테고리에 들어가 20조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은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엑소좀 치료제가 기존에는 없던 약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혁신적일 수 있으나, 아무리 새로워도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혁신이 아니다"면서 "이전까지는 국내 바이오 산업이 선진국을 따라가는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많은 바이오 회사들이 세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을 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여기서 나아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철희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대표(M.D., Ph.D.)

연세대 의과대학 M.D.
연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 Ph.D.
미국 알라바마주립대 세포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미국 알라바마주립대 세포생물학과 연구강사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대표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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