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사회 "일본, 단계적·임상의 중심의 논의로 신중하게 접근…한국, 결론 정해진 추계 강행"
사진은 2025년 4월 20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열린 총궐기대회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최근 2040년 의사인력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 최대 1만1136명으로 전망했다. 이에 광주광역시의사회가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광주시의사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비과학적 의대 정원 확대를 정당화하기 위한 졸속·왜곡 수급추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강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의사회는 "정부는 수급추계를 '독립적·전문적 판단'으로 포장하며, 2027년 이후 의대정원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 하지만 이 발표는 의대정원 확대라는 정치적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수치를 끼워 맞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추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수급추계를 "정책 폭주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화된 결과"로 규정하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과학·전문성·현장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광주시의사회는 "정부는 의료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수급추계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의 급격한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간호법 제정을 통해 PA 제도가 제도권에 편입됐고, 비대면진료 확대, 요양병원 구조조정, 돌봄·재가의료 정책 확대 등으로 입원·외래·요양 영역 전반에서 의사 1인당 실제 노동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를 논의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이다.
광주시의사회는 "AI 기반 진료지원, 업무 자동화, 근무형태 변화, FTE(전일제 환산 기준)에 근거한 실제 노동량 분석 등 의료계가 요구한 핵심 변수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과거 의료 이용 형태와 낡은 통계에만 매달린 추계가 미래 의료의 기준인양 둔갑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계위는 독립기구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추인하는 장식물로 전락했다"며 "추계위는 현실을 반영해 판단해야 할 '결정 기구'다.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기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위원 구성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우호적인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광주시의사회는 특히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의사인력 추계와 의대 정원 정책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의사회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수가제를 운영하는 일본은 의대 정원 문제를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다뤘다"며 "일본의 의대 정원은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에서 논의되며, 위원 22명 중 16명이 임상의사 출신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의협 추천 위원 8명 중 7명이 예방의학·보건학·통계 중심 인력으로 채워졌고, 의료 붕괴 최전선에 서 있는 임상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됐다"며 "이는 시작부터 결론이 정해진 위원회였음을 스스로 증명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광주시의사회는 "일본은 과학적 추계를 통해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의사공급이 초과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2018년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2020년에는 오히려 1% 감축했다. 이 모든 과정은 투명했고, 현장 임상의의 전문적 판단이 결정 과정에 깊이 반영돼 사회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은 수급 균형 시점을 2028년부터 2033년으로 설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위원회 논의를 통해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2027년부터 2035년까지 연 1500명에서 4900명 증원 가능성을 열어놓고도 굳이 2040년이라는 장기 전망치를 앞세워 대규모 증원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의도적"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시의사회는 "부실하고 왜곡된 추계를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할 부실 의사 양산과 의료 질 저하, 수련 환경 붕괴, 지역·필수의료 추가 붕괴, 과잉진료, 의료비 폭증 등 모든 책임은 정부와 이를 강행할 보정심에 있다. 의료계는 현장을 희생시키고 정권의 편의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시도에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집단 행동 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