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5.21 11:26최종 업데이트 18.05.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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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의 과제, 문재인 케어 전에 저수가 문제 해결하고 필수의료 정상화하라"

[칼럼]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재연 보험이사

저수가로 운영하다 보니 인력 확충 불가…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


[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5월 20일 의사들의 '문재인 케어' 반대 투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료 개혁을 이루기 위해 이뤄졌다. 투쟁은 근본적으로 의료정책을 바꾸고 싶어하는 의사들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 중 3800여개를 국민건강보험 적용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초음파 검사, 디스크 수술 등 800여개의 의료행위와 수술재료, 치과 충전재 등 치료재료 3000여개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정부를 불신한다. 수십년간 정부의 의료정책은 저수가 체계로 고착화해서 저(底)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방항으로 흘렀다. 그리고 정부는 원가 이하의 저수가로 정책으로 생긴 흑자 재정을 이용한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을 이용한 당근책으로 의사들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의 최근 정책 방향을 보면 의료질 평가 고도화, 의료인력 수급대책 수립, 평가인증체계 개편 등에 이어 심층진료 신설, 만성질환관리사업 제도화, 진료 의뢰·회송 체계 확립 등 각종 수가를 신설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있다.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원 및 보상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모든 의료정책은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제시한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인 의료기관별 경향평가체계 구축, 신포괄수가제 확대, 공·사 보험 관계 재정립 추진 등 역시 의료기관들을 통제 수단일 뿐이다.
 
이번 궐기대회는 국민을 위해 문재인 케어부터 시행하자는 정부와 의료수가 원가부터 보전해 달라는 의사 간 줄다리기가 핵심이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 따르면, 의료행위 원가보전율은 85%, 비급여를 포함하면 106%로 나왔다. 의료행위료 자체가 원가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려다 병원 없는 나라 만든다’는 기조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집회를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의사들은 더 이상 원가 이하의 저수가의 진료비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확충해 안전하기까지 한 진료환경 구축을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를 비롯해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는 의료의 퇴행을 부추기는 정책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급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 의료보험 제도가 만든 적폐청산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저수가로 병·의원을 운영하려다 보니 전공의 인력의 착취가 만연하고 의사 인력 확충이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면 의료보조인력 PA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고 적은 수의 간호사로 병원을 운영할 수 밖에 없어 간호업무가 과중해지고 피로가 누적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가고 있다.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이 만든 감염사고의 근본 원인도 원가 이하의 저수가가 빚어낸 재앙으로 볼 수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니라 진료의 내실화와 필수의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 낮은 수가는 그대로 두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만 할 경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위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고 그만큼 역설적으로 필수의료의 수가 정상화는 더 어려워진다.
 
만약 정부가 필수의료의 정상화를 외면하고 일방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즉각 대화를 중단하고 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부 정책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선택진료비 폐지와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에 대한 보상책으로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마련했지만 의료질 향상에 실패했다. 더구나 민간 의료기관의 공공성 구현을 강제화하려는 정책은 저항에 부딪히고 종별 기능에 맞는 역할수행에 실패했다.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만 가속화했다.
 
지난 4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 초음파 시행건수가 반토막나고 환자들은 원하는 만큼 초음파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급여화가 시행되고 건별심사가 경향심사가 되면 의료기관의 검사 건수 자체가 심평원의 감시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검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니라 필수의료의 급여수가 정상화방안 부터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래 한국 의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일방적인 삭감을 하는 '심평의학'이 아닌 의사 단체의 심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공단 구조 축소를 통해 비용 절감을 만들어야 하고 국고 지원금 증액을 통한 건보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정상화부터 해야 한다.
 
정부는 의사들의 요구를 무시해선 안 된다. 정부 선택에 따라 이번 의사들의 집회가 '투쟁의 도화선'이 될지, 아니면 의료계 '마지막 외침'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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