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05 08:15최종 업데이트 22.01.2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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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초의 혁신항암신약 '렉라자', 연구에 참여하는 20개 병원 의사들 일치단결한 성과

[의사들과 함께 만드는 제약바이오 R&D 강국] 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

의사들과 함께 만드는 제약바이오 R&D 강국  
세계 최고 수준의 신약개발 역량을 갖추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의사 중 3%를 의사과학자로 키워 신약개발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의 R&D 참여 확대는 단순히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연구참여를 통해 기존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의사는 임상과정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추후 맞춤형 치료에 한 발 더 다갈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도 환자 진료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쪼개 신약개발 R&D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을 만나 신약 개발과정 참여 이유와 이에 따른 장단점, 그리고 신약R&D 참여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①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지난해 초 3년만에 국산신약 31호 유한양행의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메실산염)'가 탄생했다. 이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이전에 EGFR 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적응증이 있다.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TKI)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야생형 EGFR에 대한 활성이 낮아 야생형 EGFR을 표적해 발생하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낮다. 또한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과 내약성을 보였다.

이 같은 효능을 바탕으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폐암 환자들에게 상당한 희망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렉라자(레이저티닙) 탄생에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의 적극적인 신약개발 의지가 한 몫했다.
 
 세브란스병원 조병철 교수

의사가 직접 중개임상 참여하면 치료 원리 확인, 환자들에게 빠르게 적용 

조병철 교수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으로서 환자 진료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렉라자의 허가임상을 주도하고 다국가 임상3상 1차 치료제 연구를 이끌고 있다.

조 교수가 신약개발에 발을 들이게 된 건 환자들 때문이다. 신약의 중개연구에 참여하면서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하고 결과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연구를 확대한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 신약 임상들이 많이 이뤄지며 신약개발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질도 향상된다. 임상을 마친 후에 신약으로 들여오는 것도 좋지만, 의사가 직접 중개임상을 참여하면 치료 원리를 세심하게 볼 수 있고 환자들에게도 보다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약개발에 참여하면 관련 결과들 알고 있기 때문에 환자별로 맞춤형 요법과 바이오마커 등을 나눠 치료를 할 수 있어 치료결과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사실상 중개임상에 참여해 환자치료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양지차의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환자 치료 개선을 확인한 우연한 계기로 신약개발 과정에 들어선 것처럼, 폐암분야를 선택한 것 역시 우연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폐암은 다른 암과 달리 여전히 4기에서 진단이 많이 이뤄지다보니 미충족수요(unmet nees)가 높은 분야"라며 "이 같은 이유에서 신약개발도 매우 활성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신약개발 참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를 담당하다보니 다양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조 교수하면 연구개발 총괄을 맡은 렉라자(레이저티닙)을 빼놓을 수 없다.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은 사실상 국가 최초의 혁신항암신약이며, 그렇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일치단결했다"면서 "개발 과정은 '협업'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혁신신약을 만들기 위해 20개 병원의 연구자들이 '네 일, 내 일'을 따지지 않고 협업을 한 점이 (연구총괄로서)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타그리소)이 있지만 서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가다보니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며 "레이저티닙 뿐만 아니라 모든 신약개발에 있어서 '협업', '콜라보레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산학연병 공동연구 에코시스템 구축, 제약 생태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신약개발에 있어 산·학·연·병 공동연구 에코시스템(생태계)이 중요하지만,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각기 다른 플레이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부분 병원에는 국산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항암제는 모두 외국계 약으로 국산주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항암제도 주권을 가지려면 국내에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제약사·바이오기업이 있어야 하고, 학계와 제약업계의 지원과 함께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인프라 부족인만큼, 제2, 제3의 국산신약, 더 나아가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장기적인 관점을 체계적인 정부 정책·재정 지원과 관심·애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임상연구 과정은 사실상 끊임없는 소통의 연속이다. 예를 들어 일반 환자들은 아파서 응급실에 오면 진료를 보고 끝나지만, 임상시험대상자가 응급실에 오면 독성 발견 여부, 부작용 여부 등 실시간 리포트가 이어져야 한다. 또 해당 내용은 기한 내에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면서 "때문에 임상연구를 시행할 때 의사, 연구자 외에도 전문 연구간호사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이들을 고용해 시스템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브란스의 경우 치료법 없는 환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을 목표로 전문인력이나 공간 문제 등을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 실제 임상연구간호사만 80여명이 근무하고 임상의학연구센터,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등을 구축·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 있어 큰 제약은 없지만, 일반적인 병원의 경우에는 보험재정 등의 정책·제도적 여건상 임상연구인력이나 시설을 대규모로 운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그는 신약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의사들의 참여를 늘려나가려면 임상연구를 많이 하는 병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예전에 임상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진행했는데,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이 같은 구체적인 대안이나 지원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병원에 임상연구가 활발해지면 국산신약들도 더 많이 나와 제약생태계가 선순환될 수 있다. 지금은 임상연구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 임상연구를 포기하는 병원들이 많은 만큼 국가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진료와 임상연구를 병행하다보니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좀 더 많은 시간 동안 중개연구, 국내 제약·바이오텍 약제들을 개발하는 데 혼신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결국 국가에서 연구 인력을 양산해야 한다. 연구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산·학·연·병 공동연구 에코시스템 구축 역시 국가가 나서서 진행해야 할 문제라고 역설했다. 현재 국가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신약개발에 많은 관심을 두고있는만큼, 반드시 제도적인 보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하나의 솔루션만으로 제약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여러 분야가 모인 공동연구 에코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가가 장기적 관점으로 이들을 한 데 모아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사 등 임상연구자들이 바이오텍과 앞단계에서부터 연구개발에 대한 논의를 하고 또 환자등록 등과 관련해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다 빠르고 전문적인 승인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개발과 관련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상당히 많이 포진돼 있어 임상연구계획(IND) 허가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다. 중국은 자국 내 산업보호 정책 등을 통해 자국 개발 의약품에 대해서는 보다 빠르게 승인하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IND 승인을 받은 연구조차 자료보완 등을 이유로 지연되는 사례가 있고 인력이 부족해 심사기간도 긴 편이다. 중국과 달리 정부는 물론 전문자들조차 국산약을 다소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암 신약 연구에 이어 3세대 치료제 새로운 역사를 쓸 것 

여러 한계와 어려움 속에서도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많은 폐암 신약의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퍼스트라인 총괄 책임자를 역임하고 있으며, 올해 6~7월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조 교수는 "3세대 치료제로 전세계 승인을 받아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보고 긍정적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렇게 국산 항암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연구성과나 적응증 확대 뿐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부담 감소, 국가 경쟁력 확보와 국부창출, 세금 절감 등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라며 "국산 혁신항암신약이 나오면 타그리소의 모노폴리(독점)를 깨지면서 두 개의 경쟁 속에서 환자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환자는 물론 동남아시아 등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율이 낮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항암신약의 접근도가 대폭 높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세브란스에서는 조 교수가 진행하는 ▲EGFR 돌연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이 있는 대상자의 일차치료로서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 대 오시머티닙 대 레이저티닙 3상임상시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이 있는 임상시험대상자에서 3세대 EGFR-TKI인 레이저티닙 단독요법 또는 사람 이중 특이성 EGFR 및 cMet 항체인 JNJ-61186372와 병용요법의 안전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는 1b상 임상시험 외에도 ▲임선민 교수가 동시적 소수전이성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국소절제 방사선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 ▲홍민희 교수가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이저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자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이들 연구에 있어서 고무적인 성과를 기대하면서, 마지막으로 진료를 보는 의사이자 신약개발에 기여하는 연구자로서의 기대를 전했다. "미력이나마 국산 혁신신약 개발 성공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국산 혁신신약이 나오길 바라며 이를 위해 의료계 인력들이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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