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06 08:17최종 업데이트 19.01.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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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세원 교수의 비극적인 사건, 이대로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식 계몽하고 의료인 보호 예산 지원해야

[특별기고] 유진선 충청북도의사회 공보이사, 정형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故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필자는 고인과 일면식도 없지만 고인의 어처구니없는 죽음 앞에 마음을 다해 담담하게 명복을 빌고 있다. 대다수의 의사들 모두 그럴 것이다. 진료실 내 무자비한 폭력 앞에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 될 분이 그렇게 돌아가셨다.
 
어쩌면 그는 비극적인 죽음을 피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예약도 없이 찾아온 환자를 안볼 수도 있었다. 환자가 칼로 위협하자 바로 옆 대피실로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간호사 등 직원들이 걱정돼 밖으로 나가" 빨리 피하라"고 소리치면서 환자를 제지하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 그렇게 돌아가셨다.
 
이번 사건도 이전의 어느 사건처럼 곧 우리들의 머리에서 지워질 것이 뻔하기에 더욱 비통하고 안타깝다. 의료인은 물론이고 일반인 누구나 이런 어이없는 사고 앞에 정면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을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국가, 언론 및 사회는 의료인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진료에 매진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전문가의 가치에 대해 사회적인 존중이 무너진 지 오래다. 특히 의사들을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언론매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모 드라마의 경우도 칼을 들이미는 환자와 이에 대항하는 가스총을 찬 의사가 버젓이 등장한다. 굳이 그 장면에 그런 설정이 과연 필요했을까.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언제부터인가 흡연 장면이 TV매체에서 사라졌듯이 의료진에 대한 흉기위협, 과도한 조롱을 표현하는 불필요한 장면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존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전문가에 대한 존중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회에는 이러한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언론, 사회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언론,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지속적인 의식을 계몽해 나가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의 통제 하에 하나하나의 모든 의료행위가 강제적으로 규정돼있다. 생색은 국가가 내고 이런 개인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감수해야 할 몫으로 여겨져 왔다. 의사는 호신술을 배우지 않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협에 대해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
 
그나마 최근 이슈가 된 응급실 내 의료인 폭력 피해 사건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모든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내 비상문, 비상공간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료기관내에 실제적으로 환자를 제압할 수 있는 경비나 경호 인력의 배치 등을 위해 국가가 예산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주취자를 진료할 때 의사의 요청이 있으면 경찰의 입회도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의료인 상해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부분별한 진료거부 금지조항 삭제 등 실제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받는 피해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인들의 주장이 외면 받는다면 아이러니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모든 의료인들이 호신용 가스총을 차고 진료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故 임세원 교수의 의로운 죽음이 앞서 말한 대로 우리 사회에 존중의 가치를 일깨웠으며 사회적 무관심, 무책임에 대해 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이전의 어느 사건처럼 우리들의 머리에서 절대로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故 임세원 교수의 명복을 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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