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23 07:00최종 업데이트 19.09.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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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창업? 시장이 원하는 연구 파악하고 직원·투자자·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 제공 의미"

지니너스 박웅양 대표,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 서비스 출시…식습관 개선·프로바이오틱스 추천

시리즈A 투자, 유전체검사 7000여건 돌파, 직원수 2→28명, 매출 10억 등 숨가빴던 1년

(왼쪽부터)박웅양 지니너스대표이사, 박동현 상무, 방용주 부사장, 김철희 기획팀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삼성서울병원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장이 지난해 창업한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 올해 1월 3일 첫 매출을 기록한 이후 9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70억원이 넘는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34개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7000여건의 유전체 검사와 맞춤형 암 유전체 분석검사를 진행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9개월도 안돼 10억원을 돌파했다. 직원 2명이서 시작해서 어느덧 28명이 됐다.  

지니너스는 9월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 서비스 ‘위드미(With Me)’를 출시하고 상품 다각화와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지니너스 박웅양 대표이사(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와 방용주 부사장, 박동현 상무, 김철희 기획팀장 등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롭게 시작하는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 서비스란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서비스는 인간 유전체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 속 미생물 유전체를 분석하는 서비스다. 간단한 검사키트로 분변 샘플을 채취해 보내면 개인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유형, 장내 미생물 종수와 조화, 비만위험도, 주요 장내 미생물, 유익균 유해균 분포 미율, 질환 관련 미생물 등에 대한 분석 등이 이뤄진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작성한 논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장내 미생물 분석은 인체유래물이 아닌 관계로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 의뢰 방식) 항목에 해당한다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박동현 상무는 “장내 미생물은 장 기능과 관련된 신진대사 조절이나 필수 비타민 합성, 혈당 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비만이나 당뇨병 등 건강과 밀접하고, 면역기능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아토피, 류마티스 등과도 관련돼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유전체 분석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를 중요하게 본다면, 장내 미생물 분석은 환경의 영향을 보여준다”라며 “장내 미생물에 따라 개인의 건강 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장내 미생물 검사를 통해 개인이 채식 또는 육식을 위주로 하는지 알려주고 균형이 잘 잡혀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건강한 장이고 그렇지 않으면 질병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장내 미생물을 통해 과체중 여부나 비만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몸 속에 있는 미생물은 특별히 유익하지도 않고 유해하지도 않다. 다만 특정 유해균이 늘어나면 비만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식습관 개선하고 개인에게 맞는 프로바이오틱스 추천하고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얻는 이득은 무엇일가. 올바른 식습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웅양 대표는 “장내 미생물 분석으로 유익한 것은 프로바이오틱스 추천과 식습관 개선이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마련한 19가지 기능성의 프로바이오틱스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맞을 것으로 보이는 항목을 추천해서 알려준다”라며 “추천 식품을 알려주고 식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장내 미생물은 검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이고 천랩이나 마크로젠 등도 하고 있다. 다만 지니너스는 어떤 유산균이나 식품이 도움된다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라며 “자신에게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별 조제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니너스는 식습관 개선을 통한 혈당 수치 변화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았다. 박동현 상무는 “건강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혈당을 계속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장내 미생물 분석에 따라 특정 음식에 반응하고 혈당이 어느 정도로 올라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가령 어떤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데 어떤 사람은 밥을 먹을 때 그렇다. 이런 데이터를 모아보고자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보다 과학적인 식습관 개선이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상무는 “장내 미생물 자체를 조절하기는 어렵지만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다”라며 “유전자 분석만 봐서는 환경이나 생활습관에 따른 위험도를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장내 미생물 분석 검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궁극적으로 유전체 검사와 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원하는 유전체 분석을 근거에 기반해 서비스 확대   
 
▲박웅양 대표 

지니너스는 365mc병원 등 34개 병원에서 7000여건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의뢰받아 검사를 진행했다. 유전체 분석 '헬스스캔'과 맞춤형 암 유전체 분석 '캔서스캔'에 이어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 '위드미'는 삼성유전체연구소에서 작성한 논문을 기반으로 만든 근거 중심의 서비스라고 자신했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서비스를 확산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령 개인이 약물에 반응하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20가지의 약물 유전체 반응 검사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 건강했던 사람들이 질병에 생기거나,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생활습관이 바꾸면 질병 발생 확률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유전자 기반이면서도 환경에 따라 다른 질병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대표가 삼성서울병원에 소속돼있다는 사실 때문에 확산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관련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 B2B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유전체 분석 기술 해외 수출 협약도 논의 중이다. 

박 대표는 “삼성병원 외에 다른 병원에서 검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전자 분석이 국가적으로 확대되면서 DTC도 확대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도 어느 정도 줄어들고 환자들의 질문도 구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그만큼 유전체 분석은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의대 교수로서 창업 경험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내에서도 4번째 창업 사례이며 매우 재미있다. 교수들도 모두 창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창업을 통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상업적 가치를 알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원하는 지식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을 쓰는 사례도 많다. 그동안 연구를 잘못했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창업을 통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30명 가까운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사실이 힘들면서도 매우 뿌듯하다. 직원, 투자자 등 사람들과 함께 하나하나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것도 없는데서 이만큼 키워오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정보제공에 나서겠다. 소비자가 100원을 내더라도 1만원짜리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겠다. 검사를 의뢰한 병원의 가치가 높아지고 당연히 회사의 가치도 높아진다”라며 “아직까지 유전체 검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면 내년에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증명해 서비스를 보다 확산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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