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23 05:28최종 업데이트 26.03.2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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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의료문화연대 창립 “의료계 정치적 ‘호구·왕따’…정치력 확보해야”

의사·환자·소비자 참여 창립 세미나 개최, 박인숙 전 의원 수석고문으로 참여…건정심 구조 비판·의협 재정립 주문

좋은의료문화연대는 21일 서울 사향문화관에서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사, 환자, 소비자로 구성된 좋은의료문화연대가 21일 서울 사향문화관에서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미정 교수, 강남아이오케이안과 오영삼 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환자를위한의료정책을생각하는사람들 김형중 대표(정책이사),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 원장(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의사 출신 박인숙 전 의원(좋은의료문화연대 수석고문)은 개회사에서 “잘못된 의료소비 패턴을 바로 잡고 국민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부 시민∙환자단체가 여론을 오도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시민과 환자의 목소리를 내고 들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단 생각에 단체를 창립하게 됐다. 의사들이 아니라 국가, 국민, 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尹에 다 퍼주고 얻은 건 없어…장관 갈아 치울 정도 영향력 가져야
 
이날 세미나에는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료계를 향해 애정어린 쓴소리를 쏟아냈던 외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의료계의 각성을 재차 당부했다.
 
한국대전략연구소 유재일 대표는 현행 의료정책 구조를 두고 “호구와 왕따가 있으면 그 문화는 좋은 문화가 아니다”라며 의료계가 정치적으로 ‘호구’, ‘왕따’ 취급을 당해왔다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특정 정치 세력을 향해 무조건적 지지와 후원을 해왔음에도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왔고, 그 결과 원가 이하 수가 구조와 필수의료 붕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를 문제 삼았다. 25명 중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공익∙가입자 측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해 유 대표는 “25명이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의사들의 한 표와 환자단체 등 다른 단체의 한 표가 동일하다. 이건 답이 없는 의사결정 구조”라며 “의료계는 실질적으로 결정 권한이나 정치력이 아무 것도 없는 거세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의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많은 지지를 보냈고 후원금도 많이 냈다고 하는데, 실제로 정책이나 인사에서 뭘 주고받은 게 있느냐”며 “호구를 만드는 쪽도 문제지만 호구를 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결책으로 정치적 영향력 확보와 구조 개편을 동시에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인센티브 시스템, 의사결정 시스템을 다 고쳐야 한다. 관료가 해줄 리도 시민사회가 각성할 일도 절대 없다”며 “의료계가 정치화돼야 한다. 청와대 사회수석, 복지부 장·차관을 치워버릴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 의견수렴도 안 돼…외부에선 의협 긍정 평가하는 세력 전무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도 현재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 내에 단체가 수도 없이 많은데 정작 의견수렴하는 구조는 잘 안 보인다”며 “목소리가 모아지지 않는 집단이라는 걸 느꼈다”고 꼬집었다.
 
또 의료계의 소통 방식에 대해 “언어적 감각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너무 거칠고, 상대방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비사교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의정 갈등과 관련해서도 의료계의 현실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일부 인사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의사가 정부를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의료계의 반대에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됐던 일을 예시로 들었다.
 
이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의협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며 “의사협회를 해체하는 게 아니라 발전적으로 다시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기대하는 좋은 의료 문화를 위한 노력의 핵심은 결국 전문성”이라며 “실력 없는 의사는 좋은 의료문화를 만들 수 없다. 의학교육의 강도나 집중도는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단일 건강보험 체계 개편해야…'필수의료 크레딧 제도' 도입 필요
 
바람직한 의료문화를 위해선 현재 의료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좋은의료문화연대 김진현 정책이사(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는 “1977년 도입된 단일 건강보험은 당시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는 의료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은 국민들이 편하게 의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은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며 “사회주의적 정책, 시장주의적 정책 중 명확하게 한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주치의를 통해 환자들의 자유로운 의료기관 이용을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시장주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시장 기능 도입 방안으로 ▲건강보험 독점 구조 완화 ▲다양한 보험 플랜 도입 ▲민간보험과의 역할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
 
또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선 필수의료 크레딧 거래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의사가 거의 없는 지역에 가서 흉부외과 수술을 할 경우 크레딧을 많이 주고, (크레딧이) 부족한 의사들이 살 수 있게 하는 시장주의적 정책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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