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8.22 16:40최종 업데이트 17.08.22 16:40

제보

약을 심는 시대 온다

신경신호로 병 조절 전자약 개발 활발

사지마비 환자가 뇌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마이크로칩으로 팔을 움직이는 모습(출처: 오하이오주립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약을 먹거나 주사하는 대신 몸에 심어 전기자극으로 질병을 조절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체 내 모든 세포와 장기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신경 시스템 신호로 조절된다. 생체전자의약품(Bioelectronics Medicine)은 신경 신호를 기록하고 자극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이식 가능한 소형 장치로 다양한 만성질환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다.

호흡기질환, 염증성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암, 당뇨병, 고혈압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 활용될 수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과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 치료는 이미 임상 단계에 접어들어 향후 10년 안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인스타인, 뇌 신호와 인공지능의 만남

신경외과의인 Kevin J. Tracey 박사가 이끄는 미국 노스웰헬스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는 1998년부터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해 7500만 달러(한화 약 852억 4500만 원)를 투자했다.

파인스타인연구소는 류마티스 관절염, 마비, 출혈, 패혈증, 암, 대장염, 크론병, 당뇨병, 루푸스질환, 비만 및 대사증후군 등 분야의 생체전자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처음으로 뇌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마이크로칩을 뇌에 심은 사례를 Nature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은 사고로 가슴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24세 남성 환자 뇌에 칩을 삽입했다. 이 칩으로 손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했을 때 뇌의 전기적 활동 증가 패턴을 찾고, 그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겨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신호의 전기적 메시지를 해석했다.

그리고 해석한 신호는 환자의 오른팔에 감은 유연성 있는 소매(flexible sleeve)에 전달해 근육을 자극했다.

3주간 트레이닝 세션을 반복한 결과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6개 손동작을 할 수 있었고, 물컵을 집어 들거나 기타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미국 Knapp 가족 재단으로부터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3480원) 지원받은 전자 췌장 등 제1형,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현재 특정 신경 연결 통로를 이용해 인슐린 없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칩 개발이 목표다.

GE벤처도 올해 초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연구와 파인스타인 연구소 생체전자의약품센터를 지원하기로 했다.

GSK, 구글과 손잡고 10년 내 첫 승인 기대

글로벌제약사인 GSK는 2012년부터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 생체전자공학 벤처 캐피털 펀드에 5000만 달러(한화 약 567억 4500만 원)를 투자했고, 지난해엔 구글 알파벳 자회사인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와 합작회사인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갈바니는 동물 모델을 통해 이미 실질적 근거가 마련된 제2형 당뇨병과 염증, 내분비, 대사성 질환을 중심으로 임상적 원리를 증명하는 연구 및 이와 관련된 소형 정밀 장치를 개발하는 데 현재 집중하고 있다.

갈바니 측은 "생체전자의약품의 비전은 생물학과 공학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전기적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각 신경에 부착되는 소형 장치를 이용하여 질환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불규칙한 패턴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러한 접근이 성공한다면 전통적인 의약품 및 백신과 함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GSK는 향후 10년 내 첫 생체전자의약품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트포인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GSK, 보스톤사이언티픽, 코비디엔 등 여러 곳에서 시리즈C까지 총 4300만 달러(한화 약 487억 7490만 원) 투자를 유치한 미국 바이오텍 세트포인트 메디칼도 지난해 PNAS에 임상 결과를 발표해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세트포인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병원, 미국 파인스타인 연구소가 참여한 이 연구에서 미주신경을 자극하자 사이토카인 생성이 억제돼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활동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수술적 방법으로 미주신경 부위에 장치를 삽입하고 84일간 경과를 관찰했다. 대상자 중 몇몇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포함해 여러 치료제에 반응이 없어 치료에 실패한 환자였다.

연구 결과 미주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을 하자 TNF 생산이 억제됐고 질병 중증도가 유의하게 약화됐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에 모두 반응하지 않아 치료에 실패했던 환자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크론병 등 다른 염증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트포인트 Anthony Arnold CEO는 "이 성과는 향후 생체전자의약품으로 질병 퇴치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생체전자의약품은 만성 염증성 질환 환자에게 총 의료 비용은 낮추면서도 잠재적으로 안전한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