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4.02 06:11최종 업데이트 19.04.0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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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병의원 청구대행 반대…국민 이익 아닌 보험사 이익에만 기여하는 것"

[칼럼] 은현준 충청북도의사회 정책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손보험은 공보험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입이 강제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보충형 보험의 성격으로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사적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수령을 위해 환자 본인이 최소한의 정보를 직접 선택해 환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보내고 있다. 개별 보험사는 각각의 기준에 맞춰 환자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전재수 의원은 최근 보험소비자들의 편의제고를 이유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병의원 청구대행을 주장하는 이들은 소액건 누락을 막는 등 낙전효과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실손보험금 지급 편의를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 및 재산권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크게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
 
먼저 환자 본인이 정보를 직접 취사선택해 보험사에 청구하는 행위와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환자 진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험사로 대신 청구하는 행위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보험사로 보내지는 정보 중 사생활 및 환자에게 불리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 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인 보호 대책이 전무하다. 정보 유출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한 유권 해석이 존재하지 않기에 의료기관 및 의료진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정보 유출범으로 내몰리게 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보험사가 축적한 환자의 개인 정보는 향후 청구시 지급거절이나 가입거절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이는 실손보험사의 이익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보험 가입자인 환자의 권리는 저해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또한 청구대행시 의료기관에는 민간보험사와의 진료비 청구 과정에서 발생할 행정 업무 및 소송 비용에 대한 부담이 예상된다. 의료기관의 행정력 보충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결국 이런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환자가 원하는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꺼려하게 될 수 있으며, 결국 실손보험 계약자인 환자들에게 재산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환자가 직접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서 실손 보험 관련 문제 일체를 귀책 사유와 관계 없이 의료 기관에 항의할 우려가 있다. 이는 의사-환자 라뽀(신뢰 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청구분쟁에 대해 환자와 의사간의 분쟁만 늘어날 것이며 실손보험사는 지급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과정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민원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 또한 없기에 의사-환자 관계에 불필요한 감정의 골만 깊어질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실손보험 청구대행이 활성화된 뒤 발생 가능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진료내역을 인터넷으로 송수신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정부가 실손보험 심사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우려가 있다.
 
공보험 심사기관인 심평원이 건강보험 심사기준으로 적정성을 평가해 실손보험 지급을 심사하면 오히려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가 통제된다면 실손보험사의 이익에 부합될 수는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 자율적인 선택권 및 재산권이 침해될 상당한 우려가 있다.
 
결국 실손보험료 병의원 청구대행은 환자의 건강권,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의료기관의 업무를 아무런 대책이나 보상 없이 가중시킨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킬 우려만 가득한 제도다. 국민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선한 의도를 내걸었으나 실상은 실손보험사만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결코 결과가 선하지 않은 '밑장 빼기'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실손보험료 병의원 청구대행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진정 국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위한다면, 실손보험사의 이익에만 기여하면서도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그 입 다물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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