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출신인 포항의료원 박성민 원장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전공의들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박 원장은 지역의료원에서 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에 의사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에 찬성한다고 했다.
박성민 원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의협과 의사회 등 의료계 일을 20년 동안 해왔다. 그동안 공공의료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 지 궁금했다"며 "실제로 의료원에 와보니 수익성이 높지 않아 민간병원에서 하기 힘든 사업이나 진료에 집중하는 면이 많았다. 포항의료원은 취약지 방문진료 사업, 퇴원 환자 모니터링 및 교육 사업, 감염병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원장은 "다만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느낀 가장 힘든 점은 의료 인력 채용이다. 이는 포항의료원 뿐 아니라 지역의료원들의 공통된 난제"라며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의료진들이 병원에 올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의사 인력 채용의 어려움은 오래된 데다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경북대 의학과를 졸업한 뒤 계명대에서 신경외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구에서 개원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의협 감사 및 대의원회 의장직 등을 역임했다. 올해 1월 임기 3년의 포항의료원장으로 임명됐다.
공공의료기관 인력충원 대안으로 공공의료기관 수련 가능한 제도 개선 필요
박성민 원장은 "최근 1년 반 가량 이어졌던 의료대란 사태 과정에서 전문의 배출 자체에 차질이 생겼고 특히 그 이후에 더욱 지방에서 의료진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인공심장실, 재활치료센터, 호흡기 전문센터 신설 등 의료원이 추진 중인 여러 사업이 있는데, 의료진이 구해지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원장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의료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대생, 전공의들의 교육과 수련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수련할 수 있는 전폭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역 공공의료기관 의사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16곳은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대구·경북권 경우 대구의료원은 정원 66명 중 48명(72.7)에 그쳤고, 포항의료원은 90.0%, 안동의료원은 97.0%, 울진의료원 96.0%였다.
또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전국 지방의료원 23곳의 전공의 정원이 2023년 143명에서 2024년 29명으로 80% 가량 급감했다.
박 원장은 "지역 필수의료와 관련해선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사협회는 반대할 수 있지만, 정부의 조정 역할이 없으면 지역 의료인력 수급은 물론 필수의료가 살아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면서 수련을 받는 수련 커리큘럼을 만들고 확대했으면 좋겠다. 현재 동국대경주병원 학생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교육을 받으러 포항의료원에 온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도 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런 기회가 늘어날수록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다"고 제언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비슷한 취지의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으나, 전공의들의 참여가 부족해 참여 기관이 세 곳에 불과했다.
박 원장은 "시범사업 등을 통해 지역 공공의료기관 수련이 확산하고 수련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들도 수련 역량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수련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의료원 박성민 원장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정책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동의했다.
지역의사 확충하려면...공공의대 설립만으론 실패, 의사수 지역 배분이 필요
지역 의사를 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도 이어갔다.
박 원장은 "비슷한 취지에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정책도 동감한다. 지역의사제는 기본권 침해 논란이 있어 해결이 필요하지만, 외지에서 의사들이 1~2년 단기적으로 잠깐 와선 지역 공공의료기관들이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 의사들이 해당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론 지역 인프라 확충을 통해 지역의사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생각하는 공공의대가 어떤 형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공공의대만 세워 의사를 키워내는 것은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지역별로 필요 인원은 배분해 놓고 공공의대와 관련 수련병원 등을 짓는다면 일정 부분 지역 의사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인력수급추계위를 통해 적정 지역별 배분이 추계되면 이를 토대로 공공의대, 지필공(지역필수공공) 의료에 투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사 수 증원을 반대하지 않았나"는 질의에 박 원장은 "사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강원도, 전라권, 경상북도 등을 가보면 모든 병원장들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종합병원들은 의사 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물론 인력 분배가 잘못된 것도 맞다. 현재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다기 보단 지역에서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정책 개선을 위해서도 박 원장은 "경상북도 영덕 등 지역은 이제 보건소에 공보의가 거의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취약지 주민들은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군의관, 공보의를 강제하는 규제만 만들기 보다 공보의 복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