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3.27 07:41최종 업데이트 17.03.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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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법 유감

중환자 진료기피 부작용 증가 우려된다

[칼럼] 서산굿모닝의원 박경신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해철법 시행 3개월 만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128% 증가했다는 기사가 최근 나왔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신해철법은 환자의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제1급 중 하나에 해당하면 환자 측의 조정 신청에 피신청인(의사)이 동의 내지 응하지 않더라도 조정 절차가 자동 개시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조항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인들은 분쟁을 해결하느라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의료분쟁을 우려해 중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료인의 재판받을 권리나 직업수행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며 자동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강제수사를 하는 수준이어서 일반 법 원칙에도 맞지 않다.
 
내가 사는 인근의 모병원은 조금만 심한 환자가 오면 방어진료 차원에서 무조건 전원해 의사가 보기에도 심하다 싶어 '정거장'이라고 부르는데, 이제 더 빈번해질 것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한다. 아무리 양심이 없고, 돈만 밝히는 의사라도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의료를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의료를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 생각이다.
 
어떤 질병으로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이건, 치료후 경과가 좋지 않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의료과실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걸어서 들어갔는데 죽어서 나왔다“고 막무가내 주장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까마귀를 범인으로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의료라는 행위는 그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서 얼마든지 뜻하지 않게 정상조직을 건드려 전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척추수술을 하다가 대정맥을 터트릴 수도 있고, 뇌수술하다가 뇌혈관이 터져 사망할 수도 있으며, 췌담도 건드리다가 터져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유착박리술 하다가 장천공이 생길 수도 있다.
 
면허를 가진 의사가 환자를 앞에 두고 그 당시 최선의 의사 결정과 판단을 한 것에 대해나중에 따져서 최선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손해배상과 형사처벌 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환자는 진료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이어령이 쓴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의사들은 의료사고 겁내서 수술을 안해주려고 한다. 한국에 가자. 한국 의사들은 의료사고 위험이 적어 소신 있게 수술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손이 작아 손기술이 좋다. 한국 의사들에게 가자."
 
이제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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