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19 12:57최종 업데이트 23.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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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수가협상인가...재정운영위에 참여 차단하고 협상 결렬하면 패널티

건보공단 제시하는 근거자료 미약, SGR 모형도 저수가 상황에 맞지 않아…별도 중재기구 만들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19일 오전 '수가협상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수가협상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내 공론화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공급자 단체 중 대한의사협회와 비롯해 약사회까지 협상제도 변화을 주장하면서 향후 개선 추이가 주목된다. 

공급자 단체 입장에서 수가협상이 '한 해 농사'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 시작부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끝없는 결렬로만 귀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19일 오전 '수가협상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재정운영위에 의료계 단체 참여 못해…협상 구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

이날 특히 의약계가 수가협상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의료의 본질을 제외한 사회·경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일방적 협상 구조다.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24 중 공급자 위원은 8명으로 얼핏 보면 가입자, 공익 위원 수와 공평하게 구성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타 그룹단체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반해 공급자 위원은 이해관계를 달리함에 따라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협상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이라는 게 의료계 주장의 골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가계약을 위한 재정 투입 규모를 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는 의료공급자 단체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현재 재정운영위 구성을 보면 의료계는 계약에 대한 재량권이나 결정권이 원천적으로 부정되는 상황"이라며 "구성 자체가 가입자에 치중돼 있어 보험료 인상 등을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우 원장은 "현재 상태론 보험재정의 소요 판단이나 정책 결정 등을 고려하기 위한 전문성과 중립성도 확보하기 힘들다. 보험제도 운영의 주요 요소인 공급자 대표가 배제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의적 결정된 밴딩, 일방적으로 공급자에 통보…SGR 모형도 적절치 않아

협상 구조가 공정하지 못한 것에 더해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근거자료도 미약한 상황이다. 

공단 재정운영위는 자의적으로 결정한 밴드(재정폭)내에서 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유형별 순위와 재정 증가폭만으로 결정해 공급자에게 통보한다. 

공단이 매년 수가협상 시에 이용하는 SGR모형은 모형의 한계로 실제 도출된 결과를 협상에서 그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순위만 이용하고 있어 공급자 뿐 아니라 가입자 측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는 "SGR 모형의 경우 목표인상율과 실제인상율의 차이를 근거로 인상율을 결정하는 모델"이라며 "현재 수가수준이 적정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해 저수가인 우리나라엔 적절한 모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단 재정운영위의 밴드 결정 또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해서 결정됐기 보단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인상율 2% 또는 투입재정 1조라는 심리적 상한선을 감안해 당기수지 흑자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2% 이내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도 "총 밴드가 결정된 논리나 근거가 수가협상 전후에 전혀 제시되지 않아 무기력한 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밴드 인상 근거는 물론, 인상률 1%를 설정하는 계산식도 공개되지 않아 증가율에 따른 실제 인상액을 가늠해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협상 결렬되면 의약단체만 패널티? 불합리의 극치…"별도의 중재기구 신설돼야"

불합리한 패널티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협상과정에서 중재기구 부재로 인해 공급자단체와 공단의 인상율 차이에 대한 중재절차 없이 건정심에선 공단 제시안을 추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협상을 결렬한 의약단체만 일방적으로 패널티를 받는 불합리한 협상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협상 종료 당일 저녁까지 재정소위를 개최해 밴드 규모가 늦게 결정되고 밤샘 협상을 진행하는 비효율적인 협상 방식도 문제"라며 "밴드가 공개되지 않아 타 공급자단체와의 눈치싸움이 발생하고 수가협상기한을 넘어 바티기식 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약단체들은 ▲공정한 협상 구조 마련, ▲객관적 근거자료 활용, ▲별도의 중재기구 신설, ▲불합리한 패널티 구조 개선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재정운영위가 밴딩폭 결정 등 협상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운영위원 구성에 공급자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보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물가인상률,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한 기본 밴딩 규모 설정, 그외 인상률에 대해선 공단 수가협상단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원화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협상 결렬시 건정심 심의 전 중재기구를 통한 중재과정이 필요하다. 합리적 중재과정을 위해 공급자,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한 별도의 중재기구가 신설돼야 한다"며 "건정심은 중재기구를 통한 합의안 도출시 동 합의안을 그대로 의결하고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표결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티 구조에 대해서도 그는 "수가협상 결렬 후 최종 의결기구인 건정심에서 조차 공단 재정운영위가 제시한 인상률을 최종인상률로 결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협상결렬시, 공단 재정운영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보여하기 위해 공급자단체와 공단이 각각 마지막으로 제시한 수치에서 플러스 알파 범위로 건정심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SGR 모형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급자 단체의 재정운영위 참여와 깜깜이 협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 

건보공단 김문수 급여혁신실장은 "SGR 모형은 올해 처음으로 고령화 지수, 의료물가지수, 물가지수 등 반영한 연계모형을 도입했다"며 "4가지 모형이 나왔는데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어떤 모형을 도입할 것인지는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재정운영위에 공급자 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해 단기간엔 해결이 어렵고 한계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깜깜이 협상 문제는 협상 때 본인의 패를 공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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