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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중단 선언, 누가 피해를 볼까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18.09.07 13:05 | 최종 업데이트 18.09.07 13:24

    #12화. 산부인과 의사들, 낙태수술 중단 선언 

    “선생님, 저희가 지금 도저히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됩니다. 제발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작가가 15년 전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참관할 당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모든 임신이 부부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은 너무나도 고귀한 일이지만 필연적으로 부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대사건이다. 그 대사건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는 너무나 많다.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인공 중절 수술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당시와 현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음에도 이 법은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미성년자도,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고 밝혀져도,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극빈곤층도 인공 중절 시술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던 지난달 17일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인공 중절 시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로 재판 없이 즉각 처벌이 가능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아직 계류 중인 상태에서 인공 중절 시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는 불법 인공 중절 시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료인에게만 묻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곧바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에 반발하는 내용의 선언을 발표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한 준법 진료’이다. 법을 지키자는 구호가 정부에 대항하는 선언이 되는 코미디가 연출된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라고 본다. 앞 뒤 가리지 않고 불법을 이렇게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하니, 환자들의 사정이 아무리 딱하더라도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산부인과 의사들이 철저히 법을 지키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비전문가의 불법 시술이나 해외 원정 시술로 내몰리게 될 임신부들일 것이다. 이들은 전문가의 안전한 시술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다.

    불법 낙태 수술을 받는 90%가 빈곤층이나 미성년자라고 한다. 이들을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정부다. 하지만 정부의 섣부른 책임 전가가 오히려 시민들을 위험한 불법 수술의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인공 중절 수술을 무조건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낙태라는 민감한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현실에 맞게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이후에 처벌을 논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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