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과 전공의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응급실 근무 여부가 수련병원 선택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그 병원에서는 응급실 근무를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A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한 교수는 최근 B병원 내과 전공의로 지원한 인턴들에게 이유를 물었다가 이런 답을 들었다. 실제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일부 병원 내과는 지원자들에게 응급실 근무는 제외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정원을 채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내과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 중 응급실 근무나 당직을 서며 응급환자에 대응하는 역량을 길러왔다. 실제 대한내과학회는 전공의들에 대해 일정 수 이상의 응급실 환자,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방 소재 수련병원 내과들을 중심으로 전공의 모집이 어려워지자 응급실 근무 제외를 내건 곳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계에선 내과 전공의 모집에서 응급실 근무 제외가 매력적인 카드가 된 것은 사법 리스크가 높은 응급실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응급의학과는 최근 다수의 응급실 뺑뺑이와 각종 사법 리스크가 이슈화되면서 2026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예년 대비 처참한 지원율(정원 대비 지원자 수 56.3%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응급실 기피 분위기가 응급의학과를 넘어 내과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내과학회 정진원 수련이사(중앙대병원)는 “학회에서는 전공의의 응급실 근무를 강제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응급실 관련 소송이 많아지다 보니 전공의들이 응급실 환자를 보는 걸 꺼린다. 특히 응급실 야간 당직에 대한 부담이 크고 그게 병원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 건 맞다”고 했다.
내과 교수들 사이에선 이 같은 흐름이 자칫 수련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C 교수는 “수련 질 저하는 피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는 정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교수들 입장에선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결국은 전공의가 응급실 진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교수, 전문의의 백업 체계를 갖추고,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전공의 혼자 중환자실, 응급실을 보게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전공의를 아예 응급실 환자 진료에서 배제해서도 안 된다”며 “전공의들이 교수, 전문의들의 백업이 갖춰진 상태에서 응급 환자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면책 특례를 주장해 온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반쪽짜리 전문의가 될 우려가 있지만, (응급실 근무 기피는) 전공의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며 “응급∙중증 분야에서 일할 후대 의사들을 길러내기 위해선 전공의들은 기소를 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