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0 06:58최종 업데이트 22.06.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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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변비,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칼럼] 대한소화기기능학회 변비연구회, 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성균 교수·원광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김용성 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⑫식도염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⑬포드맵(FODMAP) 음식 그것이 알고싶다
⑭만성변비,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변비는 가장 흔한 소화기 증상 중 하나며,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들도 대부분 한 번쯤은 경험하는 증상이다. 

아주 심한 증상은 드물고 일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가벼운 변비약을 복용하면 잘 조절 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은 변비를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지 않으며, '무슨 변비 정도로 병원을 가느냐'면서 진료보다는 약국약이나 건강식품을 구입해 스스로 증상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선은 건강보험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나 심지어 의사들까지도 가지고 있는데, 실제 변비 증상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약부터 처방받은 전문약까지 다 복용해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심한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마주친다. 심한 변비 환자들은 삶의 질이 매우 저하돼 있고 심지어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침상생활을 하는 노인에서 대변이 대장을 꽉 막는 대변 매복이 발생하면 수술을 해야 하고 사망률이 매우 높다. 

변비는 그저 그런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내원하면 우선 대장암과 같은 기질적 원인이 있는지 대장내시경 등으로 먼저 확인하고 다른 문제가 없는 원발성 만성 변비로 진단되면 약물 또는 비약물 치료를 받는다. 

이전 칼럼을 통해 변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약물치료를 하는지 소개된 바 있다.(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이번 글에서는 변비약이 아닌 비약물 치료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요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로 변비환자들이 항상 듣는 이야기는 물을 많이 마시라는 권유다. 대장내에 물이 많아야 변이 부드러워진다는 설명이다. 이론은 그럴 듯 하지만 실제 의미 없는 것들이 많아서 의사들은 '임상연구를 통한 증거'에 집착하는데, 사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변비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런 권고를 하면 이미 물을 충분히 마신다고 하는 환자들도 많고, 또 어떤 분들은 물을 많이 마셨더니 변비 증상은 변화 없고 소변만 많이 보더라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평소 수분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이나 섬유질과 같은 변비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운동인데 신체활동이 감소하면 변비가 발생하기 쉽다. 몸이 아프거나 수술을 받고 나서 누워 있는 경우 변비가 생기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먹는 것도 줄어드는 게 원인이지만 신체활동 감소가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더 문제가 된다. 운동 자체는 건강에도 도움이 되므로 변비환자들에게 기본적으로 권고를 하게 된다.  
 
사진 = 변비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대한소화기기능학회 변비연구회 제공).

세 번째로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변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식이섬유가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해서 변비 증상을 개선시키므로 하루 20~25g의 식이섬유 섭취를 권장한다. 

실제 이만큼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브로콜리 100g당 식이섬유 함유량은 1.7g이기 때문에 브로콜리 1.5kg은 먹어야 25g의 섬유질을 먹는 셈이라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섬유질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다. 

건미역, 건다시마, 김 등의 해조류가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채소중에서는 쑥에 가장 많고 차천자피, 콩, 고구마, 보리, 깨 수수 등에도 많다. 현미에는 백미에 비해 식이섬유가 2배이상 들어있다. 

과일류 중에서는 건대추가 가장 많은 양의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다. 프룬이나 키위는 변비에 효과적인 과일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변비 임상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과일이라고 다 변비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 덜익은 바나나, 석류, 포도 등 떫은 맛이 나는 과일에는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탈수를 일으키기 때문에 변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 한다. 

알코올이나 카페인도 마찬가지로 탈수를 일으켜 변비를 유발한다. 또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에서 청국장 가루가 변비증상을 호전시켰다는 국내 논문이 있어서 일반 변비환자에서도 청국장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식이요법은 식이섬유 섭취 증가가 목적이고 특정 식이가 더 좋다는 것은 없기 때문에 각 개인별로 알맞은 것을 선택하면 되겠다.
     
모니터를 통해 배변 훈련을 하는 바이오피드백 치료 장면 - 대한소화기기능학회 교육 자료.
이상에서 설명한 생활습관의 교정외에 비약물 치료로는 배변장애형 변비에서 사용되는 바이오피드백치료법이 있다. 배변장애형 변비는 이준성 교수의 질환 인식 캠페인 인터뷰 '약제에 반응 없는 변비 환자라면 배변장애형 변비 고려해야'에 잘 소개돼 있다. 

해부학적 이상은 없지만 배변을 하려고 힘을 줄때 오히려 항문 압력이 올라가 출구가 막히면서 변배출이 안되는 배변장애형 변비는 병태생리적 질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행동질환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변비약 치료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배변 양상은 교육과 연습을 통해 교정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직장항문의 압력 센서를 통해 감지된 압력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이 과정에서 환자가 시행착오를 통해 신체 반응의 수의적 조절을 개선시키는 행동치료법이다. 

환자들은 모니터를 통해 직장과 항문의 수축정도를 확인할 수 배변을 하려고 시도하는 동안 비정상적으로 항문이 수축하는 것을 확인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한다. 그리고 배변을 시도할 때 효과적으로 복부의 압력을 올리고 동시에 항문의 힘을 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반복해서 훈련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치료기기와 보조자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보험수가가 낮아 치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치료법으로 유명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몇 개의 기관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기관마다 기구의 종류나 시행기간, 횟수 등은 상이할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연구에 따라 다르나 낮게는 50%에서 높게는 80%의 배변장애형 변비 환자들에서 증상과 비정상적인 골반근 수축을 교정할 수 있다고 보고되며, 6개월 이상 관찰한 경우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한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대장운동이 아예 떨어져 대장 내에서 대변의 이동이 안되는 서행성 변비가 정말 심해져 약물반응이 전혀 없다면 매우 드물지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변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술적 치료는 대표적으로 천골신경자극술과 대장절제술이 있다. 천골신경자극술은 천골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전극을 삽입해 신경자극을 함으로써 장 운동을 유도하는 방법인데 아직 얼마나 효과적인지 분명하지 않다. 

대장절제술은 모든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변비에서 선택되는 것으로 대장 전체를 절제해 내는 것이다. 당연히 상당한 위험도를 동반하며 수술 후에도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어서 꼭 필요한 환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약을 사용하긴 하지만 먹는 것이 아닌 관장과 좌약 역시 비약물치료에 해당된다. 관장과 좌약의 경우 경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로서 적절한 임상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치료의 근거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약물치료 등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자주 시행되는 방법이며 증상을 호전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다만 관장, 특히 인산을 포함한 관장약을 사용하게 되면 고령 환자나 신부전 환자에서 심각한 전해질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고 관장기로 인해 항문이나 직장이 손상될 수 있어 시행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변비환자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 일상 생활에서 운동이나 수분·섬유질 섭취를 잘 해야 한다. 만약 변비 환자가 일반적 약물에 반응이 없다면 추가적인 생리적 검사를 시행한 후 바이오피드백 등의 비약물적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환자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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