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17 05:58최종 업데이트 18.12.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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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비 증가, 경향심사로 비용효율적 진료만 인정?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보장성을 강화하면 의료이용량이 급증하고 의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급여에 적용되고 진료비가 싸지면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또한 가격이 싸지면 수요가 증가한다는 수요와 공급 곡선이 의료 현장에 나타날 수도 있다.  

뇌·뇌혈관 MRI가 지난 10월 1일부터 급여화됐다. 서울의 모대학병원에서  2017월 10월 한 달, 그리고 올해 10월 한 달을 비교한 통계에 따르면, 최소 10% 검사건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즉 검사 가격의 하락에 의해 최소 10%의 검사량이 증가한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통계를 보면, 앞서 2013년 4대 중증질환에 초음파가 급여화된 이후  2014년과 2015년 2년에 걸쳐 초음파 검사 비용이 16.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부는 의료이용량이 늘고 비용 증가에 뒤따르는 재정 대책을 위해 심사체계 개편을 필요로 할 것이다.  

위 표는 올해 3월 심평원이 발표한 ‘기준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진료비 심사 관리방안 연구’ 라는 보고서에 나오는 도표다. 도표의 'worse'에 가까운 노란 부분에 해당할 경우 전문심사를 하거나 조정과 현지조사를 연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줬다. 

심평원의 경향심사는 세무검증제와 유사해 보인다. 세무검증제란 연간 매출이 일정부분 이상이면 탈세의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매출이 많은 업체를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연간 매출이 7억원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연간 매출이 5억원 이상인 업체는 세무 검증제의 대상이 됐다.

경향심사 역시 대략 상위 일정 부분 이상의 매출이나 검사가 발생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검사비, 진찰료, 수술비 등의 적정성을 검토해 문제가 있을 경우 조정이나 현지조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강제적인 조사는 아니지만 조사를 핑계로 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최근 다시 한번 발표된 경향심사는 동료의사 평가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위 표의 화살표를 주목하면 TRC, SRC, PRC를 보면서 옥상옥(屋上屋)이 떠오른다. 의료공급자의 주장이 묻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구조를 탈피하는 위원회 구성과 결정구조를 만드는 것부터 필요하다.

지난 10월 3일 184명의 대의원들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경향심사제는 의료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철회해야 한다. 급여기준의 현실화와 진료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심사기준과 심사제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12월 8일 열린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늘어나는 비용,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현재의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항목에서의 의료비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경향심사라고 하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경향심사를 통해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상 비용효율적인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선의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최상위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요약해 보면 의료계가 경향심사제를 앞두고 생각해볼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향심사를 도입하려고 한다. 
2. 경향심사의 이름을 심사체계 개편이라고 해도 방향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3. 심사체계 개편 기준은 비용효율적이 아니라 의료 현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4. 경향심사를 실시하는 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전문가들이 볼 때 합리적이어야 하고 기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5. 무조건적인 심사 이전에 의사들 스스로 자율적인 점검을 해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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