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07 03:41최종 업데이트 26.10.07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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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살리는 소아응급실에 압수수색이 남긴 것

[칼럼]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닥터썰전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9월 30일 경찰이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영아 사망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잃은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 사망 원인과 진료 과정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수사라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에 대한 강제수사가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

닥터썰전은 조동찬 교수의 진행으로 단국대학교병원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이미정 소아청소년과 교수, 아주대 응급의학과 출신 송재우 원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담당했던 장성환 변호사와 긴급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에서 거듭 제기된 질문은 하나였다. 소아응급센터까지 압수수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닥터썰전 소아응급 압수수색 긴급방송


수사 기록과 의무기록, 영장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만큼 의료진의 과실이나 영장 발부의 근거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전 자료 제출 요구가 없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경찰은 협조 요청부터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병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가. 증거인멸을 의심할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는가. 진료 공간에 들어가야만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수사에 필요했다’는 말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미정 교수는 전자차트에 작성 시점과 전자서명이 남고 수정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록 변경이 우려됐다면 필요한 자료와 이력을 확보하는 방법부터 검토했어야 한다. 막연한 조작 가능성만으로는 진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의료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라면 전자의무기록의 구조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송재우 원장은 전산 자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전산 부서 등을 통한 접근도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에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면, 다른 방법으로는 왜 불가능했는지 밝혀야 한다.

진료 차질을 집행 시간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17분간 압수수색했고 진료 방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응급실이 받은 충격을 시간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조동찬 교수는 그 충격을 병원 안에서 총을 한 발 쏜 것에 비유했다. 총소리는 순간이지만 충격과 공포는 오래 남는다. 순간의 판단과 집중력이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실에서, 의료진의 손을 직접 멈추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환자 안전에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송 원장이 전한 담당 의료진의 말은 무거웠다. “정말 그만둬야 될까 봐요.” 아이들을 살리겠다고 소아응급실을 선택한 의사가 현장을 떠날 고민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남아 있는 의료진마저 떠나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돌아간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상처도 남아 있다. 장성환 변호사는 당시 사건이 최종 무죄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사망이라는 결과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의료과실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했으니 누군가 잘못했을 것이라는 전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방송에서 제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018년 100%에서 2019년 92.4%, 2020년 71.0%, 2021년 36.8%, 2022년 27.5%, 2023년 25.5%로 떨어졌다. 이 수치만으로 감소 원인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동찬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수사와 구속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려는 젊은 의사들에게 남긴 충격을 짚으며, 이번 압수수색 역시 수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정 교수도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소아청소년과를 권하기 어렵다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미 지원을 주저하는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지원자마저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지원자가 사실상 전멸하는 상황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소아의료의 다음 세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가 소아의료를 살리겠다고 지원책을 내놓아도,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뒤 수사와 소송을 감당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커진다면 정책의 효과는 꺾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의료진을 위축시키는 수사는 앞으로 그 자리를 채울 의사들까지 밀어낼 수 있다. 소아의료의 마지막 불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의료과실은 엄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과실을 전제하는 수사도 경계해야 한다. 당시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이 확보한 정보, 실제 처치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집행 방식을 설명해야 한다. 법원 역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간에 대한 영장을 심사할 때 증거 확보의 필요성과 진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 영장 발부가 집행 방식에 대한 비판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에 대한 강제수사는 자료 제출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지, 진료 현장에 직접 들어가야 하는지부터 엄격하게 검토해야 한다. 환자 안전을 지킬 집행 절차도 갖춰야 한다.

수사기관은 환자 안전을 수사의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현장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경찰은 수사 권한만 앞세우지 말고 그 권한을 행사한 방식에도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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