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작된 전세난이 중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면서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는 '추가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마땅한 방안이 없음을 시인하면서 불안정한 매매·전세시장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값은 0.17% 상승해 지난주(0.13%)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지난 10주간 0.01% 상승률을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도 이번주 0.02% 올랐다. 이 외에도 경기도(0.16%→0.23%), 인천(0.12%→0.15%), 5대 광역시(0.24% →0.29%)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더 올랐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수차례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이 좀처럼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지난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확산한 전세난이 매맷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보증금을 내고 전세를 사느니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사는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선 강남권보다는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집값이 올랐다. 고가 재건축 단지 호가 하락으로 강남구(-0.01%)는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서초·강동구(0.00%)도 보합세를 이어갔지만 중랑구(0.08%), 노원구(0.03%), 관악구(0.03%), 금천구(0.02%)가 비교적 많이 올랐다.
문제는 서울 외에 수도권과 지방도 부동산 시장도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도 김포와 부산, 울산, 대구 등 비규제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 자료를 보면 부산 해운대구(4.94%)·수영구(2.65%)·동래구(2.58%), 충남 계룡(3.34%), 천안 서북구(2.78%) 등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이들 지역은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을 비켜간 곳이다. 서울과 다른 경기 지역과 달리 규제가 적어 투자가 쉬운데다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실수요도 늘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과열 양상이 심해지는 지역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규제지역 추가 지정도 검토 중이지만 이미 집값이 껑충 오른 만큼 실수요자 피해와 '뒷북 대책' 지적을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전세난과 관련해서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8일 국정감사에서 "(전세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추가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으나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홍 부총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발표를) 했을 것"이라며 뾰족한 수가 없음을 인정했다.
내년까지 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5594가구로 올해 예상물량 대비 26.5% 줄어들고, 서울은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 대비 반 토막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내년부터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임대인이 세금 부담을 일부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대차 보장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이후 계약갱신 존속기간도 3년으로 해 임차인이 최대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학제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인 만큼 임대차 기간도 6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지만, 최근 2+2년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확산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박광온 의원실 관계자는 논란이 일자 "법안을 당장 통과시키자는 것은 아니고 추후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됐을 때 이런 방향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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