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문제원 기자] 95%(6억원 이하) vs 5%(6억원 초과)
정부가 3일 확정,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과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이 조세 형평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현실화율 목표 기간이 5년이나 차이가 나는데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는 3년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주면서 고가-저가주택간 세부담 격차를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고가주택에 집중된 세금폭탄…선거 염두?4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전날 부동산 공시가격을 순차적으로 시세의 90% 수준까지 높이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선 3년간 한시적으로 재산세를 감면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마련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안이 과세 형평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국 주택 가운데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95%에 달한다.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명분으로 재산세를 인하해 결국 상위 5% 주택만 급격하게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과세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같은 차별적 구조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금도 중저가 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은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은 불과 5년만에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반면, 9억원 이하 주택은 시세 90% 도달기간을 2배인 10년으로 설정하면서 그마저도 3년간은 연 1%포인트 미만씩만 높이는 '균형성 제고기간'을 뒀다.
결국 내년부터 3년간 저가주택은 보유세 부담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고가주택은 고스란히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재ㆍ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세 전가 가능성…결국 세입자만 힘들어지나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늘어나는 세금 부담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이 '세금 폭탄'을 이기지 못하고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수는 양도소득세 부담과 시세차익 기대로 집을 내놓지 않고, 오른 세금만큼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ㆍ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국에서 전세난이 확산해 임대인의 권한이 강해진 만큼 이 같은 조세전가가 더욱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함염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까지 전세가격 불안이 지속되면 전세가 상승과 보증부 월세 현상의 고통이 임차인에게 전이될 우려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선 내년부터 보유세 뿐 아니라 양도세 세율도 최대 75%까지 오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현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거액의 세금을 내면서까지 집을 내놓느니 종부세를 내면서 버티거나, 자녀에게 증여를 하는게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당장 내년부터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주인의 월세나 반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가능성도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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