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매출, 영업이익 등의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국내 사업 비중이 높고 사업 다각화에 나선 업체들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미래 먹거리인 신규 수주액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에 실적 휘청= 3일 업계에 다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해외 건설현장 공정 차질과 원가 상승을 불러오며 대형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맏형 격인 현대건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지만 영업익은 1398억원으로 41.5%나 쪼그라들었다. 국내 주택 사업은 호조를 이어갔지만 해외 현장의 원가 손실이 선반영되면서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역시 해외 현장 공사와 국내 분양 사업이 지연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전년 동기보다 8.9%, 13.5% 줄었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7% 감소했다. 해외 공사가 재개되면서 외형은 성장했지만 원가도 함께 발생해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반면 신사업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건설사도 있다. GS건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3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줄었지만 영업익은 오히려 6.4% 늘어난 2100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은 축소됐지만 주택 부분과 신사업에서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실제 이 회사의 건축주택 부문 매출 총이익률은 전년보다 6.8% 증가한 23.5%에 달했다. 올해 인수한 글로벌 모듈러 업체 폴란드 단우드사와 영국 엘리먼츠 유럽의 실적도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6.7% 감소한 8125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신규 분양이 부진했던 여파가 기저효과로 지속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42.7%나 급증한 1325억원에 달했다.
대전 아이파크시티, 수원 영통 아이파크캐슬3단지 등 굵직한 자체 사업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업계 최고 수준인 16.3%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대림산업 역시 상장 대형건설사 6곳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익이 동반 상승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2조2219억원, 2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2.7%, 11.9% 늘어난 수치다.
◆먹거리 확보는 맑음= 업계는 주요 건설사 모두 올해 3분기까지 새로 확보한 수주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진단했다.
올해 신규 수주 액수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3분기까지 21조8921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조8444억원보다 22.7% 늘어난 것이다. 대우건설도 올해 누적 수주액이 8조4745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7조4226억원)보다 14.2% 늘었다.
GS건설 역시 7조5130억원을 확보하며 일감을 지난해 동기 대비 13.3% 늘렸다.
이 밖에 삼성물산이 48.8% 증가한 6조5380억원, 대림산업이 118.8% 늘어난 6조8425억원의 신규 수주액을 기록하는 등 대형 건설사 전반적으로 중장기 일감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수주액 확대는 집값 급등에 따른 주택 사업 부문의 호조 영향이 크다. GS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중 주택 분야가 5조1340억원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는 물량이다. 대림산업의 주택 신규 수주 금액은 4조3895억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주택 사업이 포함된 빌딩 사업 부문의 수주액이 전체 신규 수주의 75%를 채웠다.
대우건설도 59%로 절반 이상이 주택ㆍ건축이었다. 현대건설은 건축ㆍ주택 분야가 47%였다. 전년 동기 24%에서 비중이 2배나 늘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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