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올해 4월 IBK기업은행이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1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자금세탁방지에 투자하는 인력과 예산은 외국계 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정보분석원(KoFIU)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평균 6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계 은행(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평균 121명으로 국내은행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이 올해 6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평균 1만5,403명으로, 평균 3,878명이 근무하는 외국계 은행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전체 인력 규모는 4배에 이르지만 정작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투자예산 역시 외국계 은행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최근 3년간 전산시스템 구축, 교육, 컨설팅 등 자금세탁방지에 투자한 연평균 예산은 외국계 은행이 평균 60.5억 원인 반면, 국내은행은 36.2억 원에 그쳤다.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으로 연평균 76억 원 규모였고, 가장 적은 곳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24억 원 규모로, 한국씨티은행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세탁방지 기준과 제재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은행은 뚜렷한 개선 의지 없이 경영을 이어오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미국 검찰 및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위반 혐의로 벌금 1천억 원의 제재를 받자 부랴부랴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홍 의원은 “세계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영역이 비금융권까지 확대되는 추세인데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식 제고 및 개선이 시급한 만큼 금융정보분석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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