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서로 떨어진 채 학습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민간기업은 각종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다. 육아제도를 당당히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
"내가 가족돌봄휴가를 쓰면 직장 내 누군가가 그만큼 일을 더 하고 가정에 신경을 못쓰게 되는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돌봄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 돌봄 위기가 지속되면 언제 또 다시 제2의 '라면형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직장인 부모들은 연차나 돌봄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다.
코로나19 돌봄공백 대응책 마련을 위한 이번 설문조사는 8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2주간 진행했다. 응답자는 총 412명으로 이중 맞벌이 직장인은 283명(69%), 외벌이 111명(27%), 한부모 18명(4%)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223명, 비정규직 42명, 자영업 26명,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26명, 일용직 5명, 전업 및 휴직 88명, 기타 2명이다.맞벌이 84.1% '돌봄휴가 사용 어렵다' 응답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휴원·휴교 및 원격수업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직장인들은 돌봄을 위해 연차나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맞벌이 직장인 283명의 69.2%는 '연차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84.1%에 달했다. 맞벌이 직장인의 절반 이상(51%)이 돌봄 공백을 버틸 수 없어서 휴업이나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 직장인 283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제공=장철민 의원실)
맞벌이 직장인의 자녀돌봄 방식을 살펴보니, 절반 이상(복수응답, 58.3%)은 긴급돌봄에 의지했다고 응답했다. 부모님·친척 등 가족이 돌봐준다는 답변은 23.3%, 자녀를 집에 혼자 둔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22.9%를 차지했다. 연차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60명(21%) 중 남아있는 연차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34명에 달했다. 이중 27명은 돌봄휴가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42명(14.8%) 중 39명은 남아있는 돌봄휴가가 5일 이하라고 답했다.돌봄휴가 최대 20일로 연장…"계약직·中企 활용해야"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 정부와 국회는 가족돌봄휴가 기간을 연간 10일에서 추가로 10일(한부모는 15일) 더 쓸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듯 현장에서 가족돌봄휴가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는 193만2000가구지만, 가족돌봄휴가 비용을 지원받은 근로자는 11만8891명(8월 28일 기준)에 불과했다.
맞벌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돌봄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 지원'을 택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중심으로 사용되는 가족돌봄휴가를 계약직 근로자, 중소기업까지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 72.1%(복수응답)가 휴원·휴교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자녀를 '가정 내 주 양육자'가 돌본다고 답변했다.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가정은 33.3%, 가족·친척에게 맡기는 경우는 12.6%를 차지했다. 한부모 직장인의 50%는 돌봄 공백을 버틸 수 없어 휴업이나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철민 의원은 "직장인 부부가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 재택·유연근무를 가장 많이 선택했는데 근무환경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같이 휴가나 재택근무 사용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장인 부모들이 일과 돌봄을 둘 다 놓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설계로 다양한 형태의 직장인 가정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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