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유통산업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사전 기획 판매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답을 찾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유명 브랜드보다 품질 중심의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의 흥미를 자극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고엘앤에프가 운영하는 패션 전문 펀딩·큐레이션 플랫폼 '하고'의 올해 1~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해 약 4배 늘었다. 펀딩 부문 매출이 5.5배(450%) 증가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 중 주얼리와 가방을 포함한 액세서리군의 매출은 해당 기간 6배(500%), 신발 카테고리는 9배 가까운(796%)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고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면서 자체 제작 상품 판매에서 경쟁력을 쌓았다. 가령 현재 펀딩을 진행 중인 '하고 새들백'은 무려 118번째 펀딩이다. 2014년 2월 첫 시작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하고 충성고객 확보에 일조했다. '버킷백'은 105차 펀딩이며, '벨티드 라이더 재킷'과 '레더 진 재킷'은 각각 16차, 20차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패션 브랜드 '루카스트', 쥬얼리 브랜드 '마티아스'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단독으로 펀딩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도 비정기적으로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지난 5월 월별 고정 서비스로 변경했다. 매달 첫째 주에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매 프로젝트는 오픈 후 10일 동안 주문을 받고 목표를 달성하면 2~3주차부터 출고된다. 2018년 8월 처음 시작한 W컨셉의 펀딩 프로젝트는 재입고나 재출시 요청이 많았던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소싱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10월 펀딩' 상품 중 하나인 '엔 오르 오버핏 버튼 포인트 퍼 코트'는 오는 12일 오후 6시까지 주문을 받아 26일부터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이 상품은 이미 목표액을 456% 초과 달성했다.

글래드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1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와 손잡고 진행한 스테이크 펀딩 판매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려 지난달 2차 판매에 나섰다. '글래드 셰프스' 에디션 중 '프리미엄 비프 스테이크(엘본·티본·포터하우스)' 상품이 대상이다. 1차 판매 당시 와디즈 펀딩을 통해 1408%의 펀딩 목표를 달성하며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펀딩 방식의 판매는 사전에 판매 규모를 기획해 재고 보관 및 판매 부담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품질이 좋은 상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큐레이팅 능력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어날수록 충성고객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언택트)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디자이너 브랜드 입장에서는 새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사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다. 대부분 최소 주문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아예 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일종의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는 점에서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홍정우 하고엘앤에프 대표는 "제품의 질과 합리적인 가격대, 전문가들이 엄선해 선보이는 큐레이션 상품들이 소비자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펀딩 상품의 경우 제품 배송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인기를 얻으면서 매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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