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강화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장세가 계속되면서 문을 닫는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날 기준 208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1~8월 평균거래량 7366건의 28%에 불과한 것이다. 실거래 신고기한이 30일이지만 이달에는 추석연휴 등 공휴일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최종 집계 거래량도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일선 부동산중개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지난달 거래는 역대 9월 거래량과 비교해도 뚜렷한 감소세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과거 10년간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평균 6973건이었다. 2010년(2811건)과 2012년(3388건)을 제외하면 거래량은 7000~1만건을 유지했다.
지난달 계약이 이뤄진 실거래 현황을 보면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아예 한 달간 매매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아직 9월 실거래 신고가 단 한 곳도 없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총 3930가구의 대단지임에도 지난달 82.61㎡(전용면적)가 23억2100만원에 거래된 것이 유일하다. 이는 직전 거래가인 7월 24억2000만원보다 1억원 정도 낮아진 가격이다.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 서초ㆍ송파구 아파트값이 최근 8주째 보합으로 나타나는 등 강남권 매수심리 위축으로 사실상 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한두건 거래되더니 매도자가 그 가격엔 안 팔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매수 문의도 가을 이사철이 무색할 만큼 뜸한 편"이라고 말했다.
거래절벽이 심화되자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자는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희망가격을 고수하는 반면 매수자는 가격하락을 기대하면서 좀처럼 거래 성사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은 매수자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매수우위지수는 9월 둘째주 100 아래로 하락한 뒤 현재 85.2까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하이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6.7% 하락했다. 이는 2013년 7월(-8.1%) 이후 7년1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중개수수료 등 부동산 업종의 매출액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달 서울 공인 폐ㆍ휴업은 182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실제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단지 주변에는 추석 연휴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문을 열지 않는 중개업소들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시장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6ㆍ17과 7ㆍ10 부동산대책 등 대출ㆍ세금 규제가 연달아 나오면서 거래절벽은 예견됐던 흐름"이라며 "다만 서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급격한 시세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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