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결정했다. 다만 공원 결정에 대한 법적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매각과 관련해 대한항공과는 원활한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역시 "권익위의 조정 결과를 지켜보면서 서울시,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7일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수정가결' 했다고 밝혔다. 변경안은 송현동 부지 3만7141.6㎡ 구 미대사관직원숙소의 '특별계획구역'을 폐지하고 '공원'으로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법적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현재 권익위의 중재를 통해 이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방법 등을 협의 중이므로 결정고시를 하게 되면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권익위의 조정을 거쳐 이후에 고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입가 '감정평가'로…구체적 방식 조율 중"현재 남은 건 매각대금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 대금 지급 시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다. 서울시로의 매각 및 감정평가를 통한 적정가격 산정 등엔 큰 틀에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시는 "지난 6월 대한항공에서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 권익위 중재 아래 그동안 3차례의 출석회의와 실무자 회의, 기관장 면담 등을 통해 부지매각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지 매입 예산 확보 등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해 이날 도건위 상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시는 "도시계획결정을 해야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데 그게 안되면 계속 논란만 쌓이는 것"이라며 "관련법령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부지 매입 예산 확보가 가능한 만큼 이날 도건위 심의 등 관련절차를 신속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논란만 이어지면 결국 민간매각도 어렵고 공공에서도 돈이 못 나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4670억원'은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총괄지침'에 따라 공시지가에 보상배율을 적용해 나온 산술적 액수로 통상 감정평가액은 이보다 높게 책정된다.
◆대한항공, 내년 초까지 매각 금액 회수해야…"LH 선매입 후 시부지와 교환 등 구체안 협의 중"시는 내년 초까지 매각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상황을 고려, 제3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선매입하고 향후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식도 세부적으로 검토·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행정절차상 대한항공이 원하는 시점에 매입할 수 없어 제3기관(LH)을 통한 매입 등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며 "LH가 먼저 매입하면 대금을 대한항공에 일찍 지급할 수 있어 서울시와 대한항공, LH가 부지 매입 및 교환 세부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LH가 토지비축제도를 활용, 선매입하고 서울시 소유 시유지와 송현동 부지의 교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매각대금을 조기에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송현동 공원화사업은 역사·문화적 차원에서도 국가적 중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로는 서촌-경복궁-창덕궁을 잇고,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을 잇는 주요 역사·문화관광축 상에 위치하고 있으나 23년째 방치된 채 주변을 단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땅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식산은행(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의 사택으로, 광복 후엔 미군에서 접수해 미군 숙소, 주한미국대사관 사택으로 이용되다가 1997년에 삼성생명이 매입하고, 2008년에는 다시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호텔 등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관련 법규상 호텔 신축이 불가능해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는 "앞서도 3층 이하 용적률 150% 1종일반주거지이기 때문에 업무시설·공동주택 등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지난 몇 차례 민간에서 수익성 위주 대규모 개발 추진한 바 있으나 법적 제한에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해 모든 사업자가 계획을 자체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현동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최초 민간에 매각된 1997년에 시민 공간이 됐어야 한다"며 "인근 기무사 부지가 국립현대미술관이 됐고 풍문여고 역시 공예박물관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송현동은 금단의 땅으로 남아있다. 대한항공이 매각하기로 한 현 시점에서 공공이 매입하지 않는다면 송현동 부지는 영영 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향후에도 대한항공과 원활하게 협의를 이어나간단 방침이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그간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해준 권익위와 국토교통부,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의 협조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대한항공,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대한항공 측도 "권익위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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