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보험사들의 의료자문 건수가 늘면서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제대로 못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늘리고 있지만 그만큼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수 있어 보험 소비자와의 분쟁 우려도 커진다.
9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4만2274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판단이 쉽지 않을 때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자문을 구한다.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늘어난 것은 실손보험 적자와 관련이 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전체 적자는 2조86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6년부터 6년 연속 적자다.
과잉의료로 인해 실손보험 적자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과거 판매 상품(1세대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비율 0%)의 상품구조상 과잉의료 이용에 대해서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워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수치료,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 체외충격파치료 등이 과잉의료가 빈번한 진료항목이다.
과잉의료가 심해지고 실손보험 적자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은 의료자문을 강화해 보험금 과잉지급 예방하려하는 중이다. 문제는 의료자문 증가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정하게 치료를 받았고 정당하게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데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부지급을 결정해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실시하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본다.
최근 금감원이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해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개정에 나선 것도 불필요한 의료자문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금감원은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보험사기 의심 건에 대해 의료자문과 같은 심사를 강화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금소연 관계자는 "과잉 진단과 치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에 문제가 있다면 의사와 병원이 고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금감원과 보험사들이 마치 보험계약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몰아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것은 잘못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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