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06 06:13

[시시비비] '공정'...65세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지난 1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에선 60세로 정해진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다. 취재하고 글 쓰는 일은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계속 흡수해 가기만 한다면 경륜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고 그만큼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대부분이 반대하는 이유는 기업에 부담이 되고 청년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정년을 늘린다 해도 그 혜택은 실질적으로 공무원, 공공기관, 노조가 강한 대기업 정규직 등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집단에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21년 806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4만명 증가했고,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4%로 2.1%포인트 상승했다. 40%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그 혜택은 60%에만 돌아간다. 나머지 40%는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2020년 기준 노조가입률은 14.2%에 불과하다. 노조가 있는 기업들은 정년이 지켜질 가능성이 높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들의 노동자들은 정년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 퇴직하는 나이는 49.3세(2021년 기준)다. 실제 퇴직나이는 통계청이 55~64세 인구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을 조사한 것인데, 그만둔 이유 중 정년은 7.5%에 불과했다.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이 33.0%,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가 12.2%로 은퇴가 강제된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됐다.
저출산 고령화로 여러 나라에서 노동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일반적인 해결책은 첫째가 여성 인력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고 둘째 고령 인력 활용, 셋째 외국인 인력 활용이다. 외국인 인력 활용이 맨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 문화적 충돌 가능성과 함께 난민 등 저학력 인력들이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과 다른 강점이 있다. K-팝과 한류(韓流)로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기업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한국어가 되는 해외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미국 유럽 남미 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도 한국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국어까지 공부해가며 한국에 오려고 하는 젊은이들이라면 차원이 다른 수준일 것이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은 인력 부족 상황에서 감수해야 할 일이다.
또 우리나라의 장기 비전을 뭘로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출산율은 0.8명으로 세계 최저다. '소득이나 자산이 충분치 못하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나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문화적 이유가 더 크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렵다. 이대로 가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 비율이 높아질 것이며, 인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수한 외국 인력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정주할 수 있도록 이민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정년 연장'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향후 비전은 해외의 많은 젊은이들이 와서 살고 싶은 여건을 만들어 더 개방적이고 더 관용적이며 더 포용적인 나라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PS. '이웃집 찰스'라는 KBS2 TV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고, 우리가 낯선 외국 사람들과도 충분히 함께 공존하며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웃집 찰스'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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