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사라졌던 테이프와 노끈이 다시 배치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대형마트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선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향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 정부 출범 후 환경부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4사 간 이뤄진 자율 협약을 수정, 테이프와 노끈을 복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이 같은 방향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불편 해소 측면에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행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있는 만큼, 고객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마트 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객단가)을 높이는 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손에 드는 장바구니는 통상 박스 대비 많은 물건을 담지 못하는 데다 박스 아래를 딱지 접듯 접어 장을 본 상품을 운반하는 경우엔 아래가 뚫리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꼭 필요한 상품 위주로 무게를 고려한 쇼핑에 나섰던 고객들이 마트에 들른 김에 오래 두고 쓸 상품까지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선 마트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근 유통업계에 ESG 경영 드라이브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인 데다, 불편을 견뎌가며 겨우 적응한 소비자들에게도 혼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강화됐고 기업들 역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기 위해 종이 영수증도 없애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역행하는 행보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종이 재질 테이프 비치 등에 따른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는 "자율포장대는 없애지 않고 뒀지만, 이곳에 배치해야 할 인력과 친환경 테이프·노끈 관련 비용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의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실제로 적용되기 까지는 관계기관 협의 등을 위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적인 목소리다.
환경부와 대형마트 4사는 2019년 '종이상자 자율포장 금지'를 위해 자율 협약을 맺고, 2020년 1월부터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테이프와 노끈을 제거했다. 당초 종이박스까지 퇴출시키려 했으나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비판에 테이프와 노끈만 없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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