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세계 보험시장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보험연구원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혼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초래하며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금융제제 부과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왔으며 러시아도 이에 대한 대응조치를 취해 왔다.
대(對)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미국 및 유럽 국가 보험회사들은 러시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한편, 러시아 내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고 회사가 소유한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항공보험, 해상보험, 운송보험, 수출신용보험 등 다양한 종류의 보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특히 항공보험에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항공기 대여 계약을 철회하도록 하는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유럽에서 대여해온 약 100억달러 상당의 항공기를 억류했다.
영국 보험회사 마쉬(Marsh)는 억류된 항공기를 회수할 수 없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911 테러로 인해 보험업계가 감당한 손실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항공보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인재로 인한 전 세계 연간 보험 손실액이 100억 달러를 초과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러사아의 항공기 억류 사태로 50억~60억 달러, 최악의 경우 100억달러 내외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보험의 경우 서방 보험회사들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혹은 인근 국가로 향하는 화물운송에 대한 보험 판매를 취소하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위험 노출을 통제하기 위해 위험지역으로 인식되는 해상 영역을 지나는 선박에 높은 추가보험료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의 보험회사들도 일부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보험회사의 유럽국가 해외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5개국(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6개 사의 보험회사(생보, 손보 각 3개사)들이 총 5개의 법인과 6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개 보험회사가 러시아에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회사들은 1개의 법인과 2개 사무소를, 손해보험회사들은 4개의 법인과 4개의 사무소를 유럽 국가들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서 해외점포를 운영하는 국내 보험회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와 사업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 보험회사의 전체 부동산, 주식, 채권 투자 중 해외투자 비중은 약 12.8%(생명보험, 12.7%, 손해보험 12.9%)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보험회사들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2차 충격의 영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보험시장에 위험보장 및 재무 부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국내 보험회사들도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국내 보험회사들은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해외 보험제공 시 위험 보장성의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점검하고 해외 투자에 있어서도 지역분산 등 리스크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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