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30 09:00

올 하반기 전기요금 오르나…벼랑 끝 한전, 기사회생 ‘찬스’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전기요금 원가주의’ 방침을 공식화하며 한국전력의 자금난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수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 적자의 심각성을 지적한 만큼 당장 오는 3분기부터 전기요금이 오를 수도 있다. 유명무실해진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화되면 올해 한전 적자가 예상치보다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인수위는 차기 정부 임기 동안 전기요금을 원가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한 전력 구입단가에 맞춰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하겠다는 의미다. 전기요금이 정치적 논리에 매몰돼 발전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값인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kWh당 192.75원까지 치솟은 반면 전력판매 단가는 11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쌓이는 셈이다.
인수위가 세운 전기요금 원가주의 방침은 이미 현행법상 규정된 내용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정부는 적정 원가는 물론 적정 투자 보수까지 보상할 있도록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주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문 정부는 ‘민생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뤘다. 코로나19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서민 경제와 직결된 전기요금을 섣불리 인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료비 연동제는 무용지물
결국 연료비 연동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유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수입 가격에 맞춰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 취지에 맞게 전기요금이 인상된 건 지난해 4분기 한 차례뿐이다. 이마저 정부가 지난해 1분기 국민 생활안정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인하한 것에 대한 원상복구에 불과했다. 한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연료비 조정단가는 도입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한전은 줄곧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kWh당 33.8원 올려야 연료비 변동폭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 에너지 값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기준 원유(72%), 가스(200%), 석탄(441%) 등 3대 에너지원 값은 1년 전보다 대폭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kWh당 0원으로 동결했다.
그 사이 한전은 ‘적자 늪’에 빠졌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가는 한전이 지난 1분기에만 6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적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고유가 상황도 장기화하고 있어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회사채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한전이 올해 회사채를 찍어 빌린 돈은 최근 12조원을 넘었다. 올 들어 4개월 동안 발행한 회사채가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회사채(10조4300억원)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한전의 올해 회사채 이자 부담만 2조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오르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올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인수위가 ‘원가주의’ 방침을 고수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수위는 최근 브리핑에서 올 하반기 전기요금은 국제 에너지 시장 동향에 맞춰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유가 등 주요 에너지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가 상승률은 변수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기조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는 올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4%)이 아시아에서 2번째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치다.
인수위도 전기요금 결정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인 박주원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브리핑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도 가격 급등으로 각국 에너지 도매 값이 올랐지만 소매 값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전기요금을 급하게 올릴 때는 물가 인상 압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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