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29 11:30

[위기의 식량안보]옥수수·대두값 사상최고가 근접…정부, 올 '식량안보' 예산 5兆 투입



[아시아경제 박병희, 손선희(세종)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옥수수와 콩(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과 함께 농산물 생산 국가의 수출제한의 확산, 이에 따른 원재료 및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면서 ‘식량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현안이 됐다. 정부는 올해 식량안보 관련 예산으로 5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사상최고가에 근접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주요 곡물 수출 지역인 남미의 작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곡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대두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26% 올라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17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옥수수 가격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셸당 8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옥수수 선물 가격은 장중 최고 부셸당 8.224달러까지 올랐는데 사상 최고가에 불과 15센트 모자랐다. 옥수수 가격 올해 상승률은 37%로 확대됐다.
이 같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요 기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농무부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량이 30% 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세계 3위 옥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의 경우 올해 4월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70%나 적어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은행도 지난 26일 공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세계 식량 가격이 22.9%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지난 1분기 170.4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9.2% 폭등했다. 오는 2분기에는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2년 간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경연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흑해 지역의 2021~2022년 밀과 옥수수 수출량은 각각 700만t·600만t 감소하고, 우크라이나의 올해 봄 작물 생산량과 하계작물 재배 면적은 각각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경연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2022~2023년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약 10~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고곡가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었으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에 나섰다. 다만 유류세 인하 등 정책적 대응이 가능한 분야와 달리, 곡물은 당장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밀·콩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작물을 중심으로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관련 농업 기반시설 확대 등에 총 4조981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농업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에 2조297억원의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이어 정부양곡매입비에도 1조4289억원이 편성됐다. 농경연은 "중장기적 대책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비축물량 확대 등으로 국내 공급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제곡물 유통 부문 진입을 통한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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